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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주제 지진해일 이후 아시아 각국 협력방안

‘아시아 재해 협력체제 구축으로 제2의 지진해일(쓰나미)을 예방하자. ’ 콘퍼런스 제1주제인 ‘지진해일 이후 아시아 각국의 협력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아시아의 리더들은 사상 최악의 재해와 구호활동의 경험을 국가 간 협력체제 구축으로 발전시키자고 역설했다.

◆재해가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최대 피해국인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지원과 구호 활동에 국민을 대신해 감사를 전한다”며 “국가 간 협력체계가 향후 자연 재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도 “지진해일을 통해 많은 미국인이 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활발한 지원활동을 벌였다”며 “재해 구호는 전 세계인이 하나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비야 월드비전코리아 구호팀장은 “네팔 등 넉넉하지 않은 나라들도 적극 구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위자야시리 주한대사는 “한국 여학생 3명이 모금한 100만원을 들고 대사관을 찾아왔다”며 한국인의 인도주의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창설로 발전시켜야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는 “각국이 대규모 재해에 대비한 전담부서를 둘 수 없는 만큼 국제기구 차원에서 재난 대비와 구호활동을 다루자”고 제안했다. 그는 재해 정보와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옹켕용 아세안 사무총장은 “피해국뿐 아니라 지원국들도 지진해일을 계기로 재해에 대비한 국제 협력을 모색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며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으니, 협정을 체결해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양·태평양에 산재한 각국의 지진관측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연 국립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아시아에서 태풍·화산·지진·해일 등 재해가 집중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재해대책 관리기구를 설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구호 시스템 구축해야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전 세계로부터 많은 구호품이 전달됐지만 식수와 식료품이 필요한 지역에 의료품이 전달되는 등 구호품의 전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아이보 리처드 전 유엔주재대사는 “영국에서만 3억5000만파운드가 모일 정도로 각국의 지원이 활발했다”며 “그러나 구호품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전달됐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린 아널드 월드비전 부총재는 “재난 현장에 많은 구호품이 도착했지만 자원봉사자들도 구호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했다”고 전했다.

좀더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호소도 이어졌다. 한비야 월드비전 코리아 구호팀장은 “약속된 구호품의 10%밖에 전달되지 않았다”며 “어부들이 어망과 배를 잃는 등 생계 수단을 잃었기 때문에 적극적 지원이 없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자야시리 스리랑카 주한대사는 선진국들에 대해 부채 탕감을 호소했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과 위자야시리 대사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생존자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 제3주제 아시아의 새로운 경제발전 방향

제3주제인 ‘아시아의 새로운 경제발전 방향’ 토론에서는 외환 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의 경제발전 전략이 초점이 됐다.

참석자들은 시장 개방과 경제 자유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과감한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원칙에 대부분 공감했지만,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지역적 특수성과 장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아시아식 발전 모델론’도 제기됐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도 노동유연성과 시장개방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영미권 전문가들과, “원칙은 맞지만 나라마다 다른 특성과 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동아시아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노동유연성 높여야 시장경제 발전

먼저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가 아시아 각국에 자유화와 시장개방을 주문했다.

볼저 전 총리는 “97년 총리를 맡았을 당시 뉴질랜드 경제는 아주 취약했지만 지금은 실업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을 정도로 크게 도약했다”며 “정부가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정책을 밀고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뉴질랜드는 산업의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에 재정을 집중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의무가입 규정을 없애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을 폈고,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도 혁신적 개혁을 했다”고 설명했다. 볼저 전 총리는 “그때는 상당히 고통스러웠고 반정부 시위도 많이 벌어졌지만, 개혁 덕택에 소득이 상승했고 일자리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수석부회장은 “한국에서도 노동유연성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여러 세력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 못지않게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적 가치도 고려해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국제금융차관은 “경제개발은 이른바 ‘미국식 모델’만 있는 것이 아니며, 아시아식 발전 모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가 좋다는 미국에서도 회계부정이나 금융 스캔들이 발생한다”며 “국가정책이나 환경에 따라 경제모델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도요타나 마쓰시타전기 같은 곳은 지극히 일본적인 회사인데도 대기업·중소기업의 협력관계, 산업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측 토론자인 박영철(朴英哲)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도 “아시아는 지난 20여년 동안 시장 자유화를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저성장 상태에 있는 국가가 많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불균형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시장경제와 개방이 만능은 아니며, 아시아 각국의 사정에 맞는 다원적인 경제발전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교류 통한 동반성장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 쭤세진(左學金) 부원장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물질적 투자 외에 인재개발 등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지역 정부들은 당장 결과가 나오는 도로·빌딩 등 하드웨어 건설에만 매달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프트 파워’가 경제개발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10~15년 뒤에 다가올 고령화시대에 대비하려면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재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국세청 장관을 지낸 하마모토 에이스케(濱本英輔) 일본롯데 부사장은 “한국의 TV드라마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처럼 아시아권은 자연스럽게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며 “성장을 꾸준히 지속시키고 유지할 수 있는 경제발전 정책을 아시아 국가들이 같이 모색해보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