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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안기부의 도청팀 ‘미림’이 고급 음식점 등에서의 대화 내용을 직접 엿들은 반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휴대전화 도청이 성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부터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10월까지 안기부·국가정보원에 근무했던 김기삼씨는 22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 때는 휴대폰을 도청할 수 있는 수준이 됐기 때문에 굳이 탁자 밑에 도청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휴대폰 도청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퇴직 당시에는 011만 도청됐는데, 이제는 다 될 것”이라고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실제 국정원 직원 중에는 011이 아닌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직 국정원 직원은 설명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단서는 있다. 2003년 CDMA기술을 가진 미국 퀄컴사가 도청을 막는 비화 휴대전화를 개발해 연방정부에 공급했다. 이는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후 미군은 이 장비를 국내에 들여오려 했으나 정보통신부는 불허했다.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도청을 방지하는 비화기가 달려있는 휴대전화를 쓴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직전에는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휴대전화 도청 기록이라며 문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두 번에 걸쳐 폭로한 자료는 A4 용지에 한 건씩 기록한 것들이다. 정치인과 정치부 기자, 정치인과 정치인 간의 통화였다. 문건에 거명된 정치인은 물론 기자들도 수첩을 찾아본 뒤 “휴대폰으로 통화했고, 내용도 맞는 것 같다”고 확인해 논란이 커졌다.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도 “내 휴대폰도 도청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폭로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당시 도청 기록은 캐비닛에 하나 가득 있었고, 당시 노무현 후보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형식을 보면 국정원 자료가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한나라당은 네거티브 공세가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의 이의 제기로 추가 폭로를 포기했다.

정부와 국정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계속 부인해 왔다.

국정원은 22일에도 보도자료를 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모든 휴대전화는 CDMA 방식으로 통화내용이 음성 신호 대신 암호화 코드로 돼 있어 감청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검찰도 지난 4월 수사 결과 국정원이 휴대전화를 불법 감청하거나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보유한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어 이 논란의 진위는 명백히 가려지지 않고 있다.

김민철기자 (블로그)m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