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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비밀도청팀 ‘미림’의 팀장이었던 공운영(58)씨는 26일 자해까지의 과정을 긴박하고 비밀스럽게 전개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그는 자신의 딸을 시켜 일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자들을 경기도 분당 자신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불렀다.

오후 5시쯤 이 자리에 공씨 대신 딸(29)이 모자를 눌러쓴 채 나왔다. 그리고 공씨의 심경을 담은 A4용지 13쪽짜리 자술서를 공개했다. 잠시 현장에 머무르던 딸은 ‘10분 뒤 아버지와 휴대폰으로 통화하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공씨는 기자들이 흩어질 무렵인 오후 6시쯤 집에서 자해했다.

공씨는 자신이 몰래 빼낸 도청 테이프가 공개되고 인터뷰가 파문을 일으키자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후 한 언론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청의) 범위는 대통령 빼놓고 최상층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비밀 업무의 말로가 이렇다. 절대 이런 일, 특수 임무에 나서지 말아야…”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술서에서도 “모든 것을 낱낱이 폭로함으로써 사회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고 과거를 청산하는 데 있어 역할을 하고도 싶었지만 이제 모든 것을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밝혔다. 윤유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총 4곳 중 가장 깊이 찔린 곳은 5~6cm이고 나머지는 깊이 1cm로 얇게 찔렸다”면서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씨는 1시간30분 동안 수술을 받았다.

공씨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들고 나온 도청테이프가 도리어 자기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던 것 같다. ‘만일’을 위해 들고나온 테이프를 정작 자신은 이용 못하고 외부 인사에게 이용당하면서 자신이 원죄를 감당하게 된 셈이다. 그는 결국 자신이 범죄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일종의 탈출구를 만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의준기자 (블로그)joyju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