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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안기부 불법 도청 조직 ‘미림’의 팀장 출신인 공운영(58)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도청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13권은 하나하나가 ‘핵폭탄’의 위력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미 6년 전 공씨의 도청테이프 내용을 확인한 적이 있는 이건모 전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을 야기하고,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붕괴가 올지도 모르는 핵폭탄이었다”고 증언했을 정도이다.

앞서 공개된 삼성·중앙일보 관련 테이프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압수된 테이프에도 선거자금과 관련된 정·재계 인사들의 대화 내용이나 정치권의 내밀한 막후 사정, 관계·언론계 고위층 인사들의 동향 등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함께 압수된 녹취보고서는 공씨가 보관 중인 테이프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일 수도 있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중요 내용만 발췌, 정리한 것일 수도 있다. 또 테이프와 녹취보고서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테이프는 1999년 국정원에 압수된 테이프와 다른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내용 중에는 전에 공씨로부터 반납받은 자료에 없는 것들이 있어 공씨가 유출한 자료 전량을 넘기지 않은 게 아닌가 판단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씨가 ‘자기 보호’ 본능에 따라 당시 자신이 가진 자료를 전부 국정원에 넘기지는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보호할 방패가 될 만한 ‘초특급 정보’는 끝까지 챙겼을 수가 있다. 자신에게 도청을 지시한 상급자 등 안기부의 각종 불법 활동에 연루된 ‘내부 인사’에 관한 사항까지 담겨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공씨 스스로 “(도청) 범위는 대통령을 빼놓은 최상류층(전부)”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그 ‘파괴력’은 걷잡을 수 없을 수준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공개된 삼성·중앙일보 관련 도청테이프 1개가 메가톤급 위력을 가졌던 점에 비춰볼 때 새로 발견된 테이프 274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할지에 따라 정국의 앞날이 좌우될 전망이다.

금원섭기자 (블로그)caped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