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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들이 신입생 배정거부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10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한 개정사학법 반대투쟁은 멈추지 않겠다고 하고 종교계 반발과 야당 장외투쟁도 계속되고 있어 사학법 싸움은 쉬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지난 5일 제주도 사립고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방침을 밝힌 직후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은 한 편의 전쟁 시나리오를 보는 듯했다. 청와대는 즉각 “헌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사학비리 전면조사를 선언했다. 교육부도 배정 거부를 6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관선이사를 보내겠다고 압박했다. 전교조, 부패사학척결국민운동본부 등은 일제히 정부 편에 서서 규탄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칼을 빼들고 학교 동창회까지 배정 거부를 비판하고 나오자 학교측은 이틀 만에 백기를 들었고 나머지 사학들도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칼을 들이대는데 버틸 재간이 있겠나’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닌 교육의 문제를 이처럼 전쟁하듯 밀어붙여 해결하려는 발상이 온당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만 떳떳하면 뭐가 무서우냐” “전교조가 理事이사로 들어갈 확률은 5%도 안 되는데 학교를 뺏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식의 단순논리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논리를 뒤집어, 그런데도 왜 저렇게 격렬하게 나오는 것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사학들은 전교조의 실상을 겪어서 알고 있다. 그들은 그 현장 경험을 통해 학교가 시끄러워지는 데엔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정부 얘기대로 사학법을 악용해 학교 운영권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실제로는 극소수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학들은 거기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해도 전교조 출신 이사의 등장 하나만으로도 학교운영에 빚어질 갖가지 파란과 곡절을 그려보며 의욕 자체를 잃고 있는 것이다. 정권은 법이라는 칼과 나팔부대 같은 관제여론 동원으로 학교를 내리누르려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학의 우려를 덜어줄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장르 : 고정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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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