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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은 그만! 서민 찍는 사진작가로

타임등 외국 유명誌 표지사진 도맡았던 박기호씨 첫 개인전
    이규현

    발행일 : 2007.04.23 / 사람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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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의 과장을 섞어 말하면, 외국 유명 잡지에 나온 한국인 인터뷰 사진은 그가 다 찍었다. 1994년 ‘비즈니스위크’ 표지에 실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002년 ‘타임’ 커버에 실린 축구선수 안정환, 2003년 ‘타임’ 커버에 실린 노무현 대통령까지, 모두 사진기자 박기호(47)의 작품이었다.

    그가 첫 개인전(5월 2일까지 서울 와이트월 갤러리·02-548-7520)을 여니까 ‘그 유명한 사진들을 다 모았겠구나’ 생각하며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자 웬걸, 택시기사, 밥집 아줌마, 환경미화원 등 평범한 시민들의 초상만 가득하다. 박씨 자신의 아들과 딸도 모델로 등장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위에 그들의 삶이 담긴 오브제(objet·미술에서 상징적 효과 등을 얻기 위해 작품에 끌어다 쓴 일상생활용품이나 자연물 등)를 다닥다닥 붙인 점이 색다르다. 평생 월급쟁이로 일해온 회사원의 초상엔 넥타이 200여 개가, 고물상의 초상을 둘러싸고는 주전자와 깡통 등 온갖 고물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사진은 3D(3차원) 질감 표현에 한계가 있어 늘 답답했어요. 그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서 오브제를 붙여 버렸죠. 아버지는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이 튀어나오도록 두껍게 칠을 했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해요.” 그의 아버지는 작고한 서양화가 박고석(1917~2002)씨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가 조기유학을 하며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아르바이트로 사진동아리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어떤 여학생이 ‘넌 사진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경제학을 하니?’ 했는데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공교롭게도 그때 제가 은행 잔고 계산을 잘못해서 개인수표 200달러까지 펑크나자 ‘이런 내가 무슨 경제학이냐’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진으로 진로를 바꿨지요.”

    그는 곧바로 사진으로 유명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사진학과에 편입했다. 그리고 뉴욕에 있는 세계최고의 보도사진가그룹인 ‘매그넘(magnum)’에서 인턴을 하며 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브루스 데이비슨의 조수(assistant)를 하는 기회도 얻었다. 1986년 학교를 졸업한 그는 87년 6·29 선언부터 시작해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주요 뉴스를 세계 잡지에 사진으로 알려왔다.

    특히 프리랜서로 촬영한 한국 유명인사의 인물사진들이 뉴스위크에 잇따라 게재되며 명성을 얻자, 다른 잡지에서도 한국인 명사 사진은 박기호씨에게 앞다퉈 의뢰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을 촬영할 때 “2시간 이내에 끝내 달라”는 비서진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한 커트를 얻기 위해 8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기자’로서의 그 화려한 경력도 이젠 접었다. 전시가 끝나면 이번엔 미국에 유학해 조각을 전공하려고 몇 곳에 지원서도 넣었다. “오브제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는 3D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파헤쳐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규현 기자 kyuh@chosun.com)

    (☞ 동영상 chosun.com)

    기고자 : 이규현
    장르 :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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