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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지난 20일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매달 저금통 1개당 100원씩 기부하기로 했다. 돼지저금통이 500개이면 5만원을 전씨 돈으로 기부하겠다는 얘기다. 저금통에 모이는 돈은 손님들의 의사를 물어본 뒤 기부하기로 했다. 전가네 정육점은 조선일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착한가게 캠페인'의 1000번째 착한가게다.
전씨는 군 제대 후 보험 설계사, 레크레이션 강사,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그는 "딱히 이거다 싶은 일이 없었다"고 했다. 전씨는 작년 6월 정육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큰형이 정육점을 한 적이 있어서 창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전씨는 6개월 동안 충북 청원군의 한 정육점에서 일하며 뼈를 제거하는 '발골(發骨)' 등 기술과 영업 방법을 익힌 뒤 가게 자리를 보러 다녔다.
전씨 눈에 든 곳은 아파트촌 바로 옆에 있는 사창시장의 한 상가. 그는 손님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농장에서 직접 고른 질 좋은 한우 암소만 취급하기로 했다. 정육점에 소가 들어오는 날에는 고객에게 문자로 알리기로 했다. 고기를 사는 손님에게 상추와 파절임도 공짜로 주기로 했다. 돼지 저금통 아이디어도 이때 생각해 냈다. "제가 기술을 배운 정육점에서는 손님에게 쿠폰을 나눠 준 뒤 10개나 20개를 모아 가져오면 화장지나 계란 한 판으로 바꿔 줬어요. 그런데 쿠폰은 잘 안 받는 분도 계시고, 잃어버리기도 쉽잖아요? 포인트 카드는 번거롭고. 그래서 1만원어치 고기를 사면 200원씩 돌려주고, 손님 이름으로 돼지 저금통을 만들어 보관해 보기로 했죠."
개업일인 지난 2월 27일 전씨는 돼지 저금통 수백 개를 들고 나타났다. 가게 한 쪽 벽에 미리 맞춰 놓은 장식장에 저금통을 넣었다. 손님들마다 "저 돼지들은 다 뭐냐"고 물었고, 전씨에게 설명을 듣고는 "그거 재미있다"며 동전을 맡기기 시작했다. 두 달 만에 고객이 '키우는' 돼지가 300여 마리로 늘었다.
전씨는 투명 돼지저금통을 꺼내 보여줬다. 고객번호와 이름, 연락처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 있었다. 저금통에 따라 적게는 몇 백원에서 많게는 3만원이 넘게 차 있었다. 전씨는 "저금하는 데 재미를 붙인 손님이 단골이 됐고, 저금통이 빠르게 차는 고객을 더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게 돼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봤다"고 했다.
전씨가 돼지저금통을 기부와 연결하게 된 것은 지난 4월이다. 그는 "한 손님이 찾아와 '내 돼지저금통에 모인 돈을 연말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써 달라'고 했다"며 "좋은 생각 같아서 그때부터 손님들마다 기부 의사를 묻고 있는데, 장사가 더 잘 된다"고 했다.
23일 전가네 정육점에서 돼지 앞다리살 9000원 어치를 사고 200원을 저금통에 넣은 주부 손인천(42·청주시 사창동)씨는 "저금통 기부 때문에 이곳만 찾는다"고 했다. 손씨는 "지난 7월 친구 소개로 오게 됐다"며 "나 대신 기부해 준다고 생각하니 고기맛도 더 좋다"고 했다.
그는 기부할 곳을 찾다가 조선일보의 '착한가게 캠페인' 기사를 보고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 전씨는 "적은 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모으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사 내용에 공감했다"며 "돼지저금통에 모인 고객 돈 외에 나 스스로도 기부하기로 했다"고 했다.
전씨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맞춰 돼지저금통의 돈을 모아 착한가게 캠페인에 기부할 예정이다. 전씨는 "지금까지 이웃돕기에 써 달라고 저금통을 맡긴 손님은 300여명이 넘는데 계속 그 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럴 일 없겠지만 기부를 위한 손님이 모은 소중한 돈을 누가 훔쳐가면 큰일난다"며 가게에 무인 전자 경비 시스템도 갖췄다.
전씨는 계산대에 있는 컴퓨터를 가리켰다. "저 컴퓨터는 어제 한 손님이 '고객 관리 잘 하라'고 사주신 거예요. 손님도 꾸준히 늘고 이번에 착한가게 1000호점까지 되고…가게에 돼지가 많다 보니까 제가 복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돼지가 1000마리, 2000마리로 늘어서 매달 기부하는 액수도 10만원, 20만원이 됐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기고자 : 전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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