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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2동에 사는 권모(72)씨는 작년 1월부터 최근까지 50여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당했다.

술만 마시면 인근 가게로 들어가 행패를 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류는 물론 벌금 한 번 낸 적 없다. 권씨는 동네에서도 평소 점잖은 노신사로 통하지만 술만 마시면 가게에 들어가 바닥에 드러눕고 가래침을 뱉거나 욕설을 퍼붓는 주폭(酒暴)으로 돌변했다. 옆구리와 무릎이 아프다며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가 술이 깬 뒤 멀쩡하게 걸어나온 것도 10여차례가 넘는다. 권씨는 "술에 취하면 기분이 나빠져서 마음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권씨 같은 주폭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데는 술에 너그러운 우리 문화가 한몫을 한다. 사원들에게 금연(禁煙)을 권하는 회사는 많지만 금주(禁酒)를 권하는 회사는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술을 먹고 뺑소니 사고를 내거나 다른 사람을 폭행한 연예인들이 한동안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도 '술 먹고 한 일인데 넘어가 주자'는 인식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술을 통해 유대를 다지기 때문에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은 서로 눈감아주고 불문에 부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만 일으켜도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권씨 같은 상습 주취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취객 관련 신고는 대부분 아무런 처벌 없이 끝난다. 경찰청 주취자(酒醉者) 처리 현황(2010년 6월 한달동안)에 따르면 술에 취해 난동을 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5만9362명의 주취자 중 75.7%인 4만4953명이 그냥 풀려났다. 4명 중 3명이 아무런 처벌 없이 집에 간 것이다. 형사 입건된 경우는 9.4%에 불과했고, 이중 구속된 경우는 0.2%에 그쳤다. 1000명이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키면 그 중 2명만이 구속되고 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폭들은 주변 사람들이나 경찰이 '술을 먹고 한 일'이라고 봐주고 넘어가는 일을 한두 번 겪으면서 점점 더 제멋대로 행동하고 큰일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10·11면

[특별취재팀]
김성모 기자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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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혜림 기자 기고자 : 특별취재팀 김성모 권승준 석남준 김형원 유마디 감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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