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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팀은 지난 2일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서울 시내 주요 소방서인 영등포·강남·동대문 소방서 소속 119안전센터 3곳의 야간 근무를 동행 취재했다.

2일 새벽 2시 55분, 서울 영등포 119안전센터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현장에 도착한 뒤 피범벅 된 손모(32)씨를 본 구급대원들의 얼굴에 일순간 긴장이 감돌았다. 손씨는 한 달에 2~3번씩 119구급대원들을 때리고, 욕설을 하기로 유명한 '119 주폭'이었기 때문이다. 소주병을 깨 자해(自害)한 손씨는 이날도 구급대원들에게 "안 가, 안 간다고 X새끼야"라는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구급대원들이 손씨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119안전센터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3시 50분. 119 주폭 1명 때문에 구급대원 3명이 긴급출동이 집중되는 새벽 시간대에 1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삼성 119안전센터에서 만난 차성필 소방사는 "관내에 사는 50대 김모씨가 대표적인 119 주폭"이라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에게 생활보조금이 나오는 날은 '잔칫날'이지만, 119구급대원들에겐 '악몽'이 펼쳐진다. 만취해 "피부가 이상하다. 병원에 가봐야겠다" 등의 신고를 하루에 4~5번씩 하기 때문이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해보면 김씨는 어김없이 멀쩡히 술을 마시고 있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술에 취한 사람 때문에 발생한 환자 이송 지연 등 구급 활동 장애 사례가 1년 평균 3만727건에 달한다. 이들 때문에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들이 제때 구급대원을 만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19구급대원들이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달 15일 오후 10시쯤 만취한 40대 초반의 남성은 "여자친구가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를 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5분 만에 도착했지만, 신고한 남성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빨리 오는 게 니네 할 일 아니냐? 할 일을 제대로 안 하니까 맞아야지"라며 출동한 구급대원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함께 출동한 대원 2명이 이 남성을 말리자, 발길질이 돌아왔다. 취재팀이 만난 30여명의 119구급대원 중 폭언이나 폭행을 당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 대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19 주폭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다. 구급대원들이 119 주폭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의 신고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새벽 5시쯤 서울의 한 119안전센터에 남성에게 맞았다는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폭행 대신 만취한 남성과 여성의 말싸움이 한창이었다. 구급차가 취객들의 말다툼 현장에 있는 동안, 한 남성이 심장박동이 멈춘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결국 거리가 먼 다른 119안전센터에서 출동을 했다. 이 남성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한 119안전센터 직원은 "술 취한 사람들 때문에 정작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를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픽] 한 해 평균 취객들 때문에… 기고자 : 특별취재팀 김성모 권승준 석남준 김형원 박상기 이옥진 이준우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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