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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4월, 충북 충주의 한 대학에 다니던 K(당시 20세)씨는 과(科) 휴게실에서 '선배들의 이름을 다 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27분 동안 소주 2병을 강제로 마셔야 했다. 키 153㎝, 몸무게 36㎏의 K씨는 친구들이 원룸으로 옮긴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은 합법적으로 음주를 처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무조건 원샷'을 강요하는 대학교 술자리는 '주폭(酒暴) 양성소'라는 오명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2006년 이후 술을 먹다가, 또는 마신 직후 숨진 대학생만 15명에 이른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2010년 대학생 406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1%인 2813명이 '한 번 술자리에서 먹은 술의 양이 소주 5잔 이상'이라고 답했다. 한 번에 소주 5잔 이상 마시는 것을 폭음으로 보는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선, 우리 대학생 열 명 중 일곱 명이 '폭음자(暴飮者)'고, 우리나라 대학생을 300만명으로 추산하면 213만명이 폭음자인 셈이다.

실제로 본지 취재팀이 4일 서울 시내 6개 대학 31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대학생 열 명 중 아홉 명(89%)이 폭음의 기준을 세계 기준(WHO)보다 2~3배 이상 높게 잡고 있었다. 대학생의 33%(104명)가 소주 2병 이상을, 56%(177명)가 소주 3병 이상을 폭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폭음의 기준이 높으니, 술도 그만큼 많이 마시는 것이다.

청소년 음주도 일부 학생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20.6%가 최근 한 달 동안 술을 1잔 이상 마셔본 경험이 있었고, 이 중 39.8%가 술 마시고 싸움을 하는 등 '문제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A10·11면 기고자 : 석남준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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