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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폭(酒暴) 김진석(가명·43)씨는 서울 남부교도소에 있었다. 술 먹고 사람을 때린 뒤 벌금 300여만원을 내지 않고 수감 중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부터 여러 번째다. 그는 술 취하면 상습적으로 이웃과 동료, 심지어 경찰관도 때렸고, 이번엔 '노역장 유치' 60일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술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그를 7일 오전 특별면회 형식으로 만났다. 그의 첫 모습은 너무 당당했다. "기억 안 난다"와 "나도 나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두 문장이 그에겐 충분한 해명인 듯했다.

―왜 술만 먹으면 때리고 부수나.

"기억 안 난다. 정신이 확 들어오면 경찰서고 눈앞에 형사가 앉아있다. 그때부터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경찰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준다. 내가 들어도 좀 심하다 싶을 때도 많다. 내가 전치 8주가 될 때까지 때렸다는데…. 그럴 땐 내가 아니다."

―피해자들한테 미안하지 않나.

"정신 들어오고 풀려나면 꼭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무릎도 여러 번 꿇었다."

―아예 술을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사회생활 하다 보면 안 먹을 수가 없더라(그는 자영업도 했고,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술 먹는 나라'지 '밥만 먹는 나라'가 아니지 않나. 나 알코올 중독자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먹는 거다. 여기 들어와서는 술 생각도 안 난다(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김씨의 증상은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임)."

―술을 끊으려고 해 본 적은 없나.

"왜 없겠나. 10년 전쯤 경상도의 한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이 자신도 술 먹고 다시 깨어나보니 살인미수였다고 했다. 그 얘기 들으니 무섭더라. 내 얘기 같았다. 그래서 알코올중독상담센터를 찾아갔다."

―효과가 없었나.

"내겐 거의 도움이 안 됐다. 지루한 얘기만 묻는다."

―당신을 보면 주폭들을 영원히 격리시키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신문에서 주폭에 대해 읽었다. 그런데 그거 해결책 없다. 알코올 중독된 사람들이 눈앞에 술이 있는데 어떻게 안 먹겠나. 오죽하면 내가 술먹으면 자동으로 잠자게 하는 치료 좀 해달라고 하겠나."

―부모님께 죄송스럽지 않은가.

"부모님…그 얘기는 하지 맙시다…그 얘기는 하기 싫어." 기고자 : 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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