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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에 술을 먹고 같이 살던 여성(50)의 머리카락과 속옷을 가위로 자른 오모(여·37)씨가 입건됐다. 평소 같으면 단순한 주취 폭행 사건으로 끝날 사안이었지만, 경찰은 오씨를 구속했다. 주폭(酒暴) 수사전담반이 오씨가 폭행 등 전과 39범이라는 점에 주목해 2주간 탐문수사한 결과, 그가 술만 취하면 상인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어린이집 유리창을 깨는 등 갖가지 행패를 부린 전형적인 주폭임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후 오씨가 주로 행패를 부린 육거리시장에는 상습 주폭자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오씨 구속 효과'였다. 이 시장 일대를 관할하는 성안지구대에는 작년 6월 이전 한 달 평균 150여 회의 주취 폭력 신고가 들어왔지만, 지금은 50회가량의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 건수도 3분의 1로 줄었고, 대부분 일회성 사건이다.

◇"술 취한 사람만 봐도 긴장했는데…"

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 전 부회장 성낙운(53)씨는 "여기 상인들도 이제는 웃으며 장사한다"고 전했다. 빵집을 하는 이모(52)씨는 "술 취해서 저지르는 폭력이 그거 별거 아닌 줄 알지만 우리 같은 상인들은 얼마나 힘든 줄 아나"면서 "이런 사람 제대로 처벌해주기만 해도 우리 맘 놓고 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처음부터 경찰 수사에 협조한 것은 아니다. 오씨는 3개월간 최소 22회에 걸쳐 행패를 부린 상습 주폭이었지만, 누구도 그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보복이 두려워서였다. 전담반 형사들이 피해자에게 "제발 진술해달라"고 설득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상인은 "피해야 입었지만, 오씨가 술에 취해 그런 건데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돌아서기도 했다.

2주 동안 전담반 형사 3명이 100여 곳의 가게를 돌아다닌 끝에 그 중 10여 명의 피해자로부터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가 저지른 22회의 사건은 각각으로 보면 너무 경미한 범죄지만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켜 오씨를 구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명 잡으니 다른 주폭들까지 잠잠 "일벌백계 효과"

청주시의 다른 재래시장인 두꺼비시장에서 활개친 주폭 정모(47)씨는 주폭전담반이 첩보를 입수하고 탐문수사에 나선 경우다. 전담반 형사들은 "수곡동에서 가장 유명한 주폭은 정씨"라는 소문을 듣고, 작년 5월부터 4주간 정씨의 사진을 들고 수곡동 일대를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이곳 주민들도 보복을 우려해 진술을 꺼렸다. 3명의 전담반 형사들이 매일 5군데씩 맡아 4주간 피해 진술을 받았다. 주민센터 직원 김모(34)씨는 "정씨가 죽은 쥐를 가져와서 민원인 탁자 위에 패대기치면서 '×발, 다 죽여버릴 거야'라고 소리친 일도 있었다"며 "정씨가 문만 열고 들어오면 '오늘 또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우체국에서 침을 뱉으며 난동부린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1주일에 한 번씩 주민센터로 찾아와 화분을 던지며 행패를 부렸다는 증언들을 모아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정씨가 구속된 후 다른 주폭들의 행패까지 사라졌다. 김씨는 "정씨 말고도 주민센터에서 행패 부리는 주폭들이 대여섯 명 더 있었는데 정씨가 구속된 후 사라졌다"며 "'일벌백계의 효과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 주폭들에게 시달린 경험이 있는 주민들은 쉽사리 그에 대한 공포를 떨치진 못했다. 청주시 두꺼비시장의 한 상인은 예전 피해 사실을 감추며 "다 지난 일"이라고만 말했다. 수곡동의 한 주민은 "예전 일은 말해 줄 수는 있지만, 사진 촬영은 안 된다. 얼마 후 출소할 텐데 신문 보고 찾아오면 어쩌나"라고 말했다. 이날 취재팀이 만난 40여 명의 피해자 중 실명을 공개해도 된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주폭과의 전쟁은 한 번에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픽] 다른 범죄 감소에도 영향을 주는 주폭 척결 기고자 : 윤동빈 이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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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