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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팀은 주폭(酒暴) 한 명의 괴롭힘을 참다 못해 탄원서 442장을 접수시킨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주민들을 심층 인터뷰해 '한 동네를 망치는 주폭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주폭으로 인한 서민들의 애환과 주폭들이 맘대로 활개칠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단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주민들은 '가산동 주폭' 신모(31)씨를 놓고, "우리 동네 암덩어리"라고 했다. 신씨는 지난 8일 구속됐지만, 취재팀이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쉽사리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해도 한사코 익명을 요청했다. 그가 돌아왔을 때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곧 돌아올 텐데 어떻게 신고하나"

신씨를 어린 시절부터 봐왔다는 A씨는 "꼴통(신씨)이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학교에서 애들을 엄청 때리고 다녔다"고 했다. '골목대장' 수준이던 신씨가 주폭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일주일에 2~3번씩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데, 그 녀석이 오면 그날은 '장사 다 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올 때마다 '×발놈들아. 너 같은 새끼 죽여버리면 그만'이라는 말을 해 무서웠다"고 했다. 신씨에 대한 두려움은 상인들이 신씨에게 입은 피해를 서로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리게 할 정도였다.

이런 신씨가 경찰에 붙잡혀 간 적은 많다. 하지만 금세 풀려나와 보복을 감행했다. 신씨는 2010년 1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출소 후 2년 동안 전국의 공사현장을 전전하던 신씨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가산동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재기(再起)하겠다"며 받은 돈 300만원으로 렌터카를 빌렸지만, 그가 말한 '재기'는 또다시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주민 D씨는 "그 녀석(신씨)이 다시 나타났을 때 '올 놈이 또 왔구나 싶었다'"며 "악마 같은 놈 신고해봤자 결국 돌아온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신고하길 더 꺼리게 됐다"고 했다. 주민의 신고로 붙잡힌 주폭이 버젓이 주민들 곁으로 돌아와 또다시 주폭으로 활개치고, 이에 주민들이 신고를 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이 신고를 꺼리고, 이를 잘 아는 주폭들이 더 활개치는 악순환은 가산동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주폭을 근절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무법지대에서 고통받은 주민들

다시 돌아온 신씨에게 동네는 그야말로 '무법지대(無法地帶)'였다. 상인들에게 공짜로 술을 얻어먹고, 그 술에 취해 상인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렀다. 식당을 운영하는 E씨는 "매일 가게에 들어와 이유 없이 앉아 있는 손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다"며 "(신씨가)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노점상을 하는 H씨는 "자기가 경찰인 양 일주일에 사나흘은 술에 취해 경광봉을 들고 다니며 '장사 잘 되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호프집 주인 I씨는 "홍보도우미들이 가게 앞에서 판촉행사를 하는데 갑자기 '야 이 ×발년들아, 누구 허락받고 여기서 장사하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도 그의 타깃이었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은 주변에 유흥가가 많고, 인근 안양·광명으로 가는 손님들이 많아 택시기사들에겐 '길목'인 곳이다. 그런데 신씨의 행패로 택시기사들은 이곳을 꺼리게 됐다고 한다.

택시기사 J씨는 "각목을 휘두르며 '×새끼야, 여기서 다시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고 해서 진짜 죽을 뻔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K씨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 "아주 콩밥을 죽을 때까지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가 지난 두 달 동안 저지른 범행은 업무방해, 흉기 협박, 폭행 등 총 92회에 달했다.

[표] 최근 두 달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주폭' 신모씨의 범죄 행적 기고자 : 석남준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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