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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강도짓을 한 사람에게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특히 "술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형량을 깎아달라는 피고인에게 "상습 음주는 감형 사유가 안 된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8세 여자 아이 성폭행범에게 법원이 술 취한 상태라는 이유로 형을 깎아줘 문제가 된 이른바 조두순 사건 이후 법원은 성범죄자에게 법률상 '주취(酒醉) 감경'을 하지 않기로 했으나 '주폭'에게도 이 기준이 확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광주지법 형사6부(재판장 문유석)는 술집 여주인을 술병으로 10여 차례 때리고 술값을 내지 않은 채 도주한 혐의(강도 상해)로 기소된 송모(51)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송씨는 1998년과 2008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술집 여종업원과 여주인을 각각 성폭행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재판부는 "송씨는 반복적으로 범행에 취약한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취 감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제시했다.

재판에서 송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는 등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술 취해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 사람에게 적용돼온 주취 감경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自意)로 심신 장애를 야기했을 때는 형 감경을 할 수 없다'는 형법 10조 3항을 제시하면서 "송씨는 자신이 어느 정도 술을 마시면 과거와 유사한 범죄를 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주취 감경이 적용됐다면 송씨가 징역 5년 안팎을 선고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송씨에 대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일반 국민 7명이 재판에 참여했다. 배심원단 7명 가운데 4명은 송씨에게 징역 7년을, 3명은 징역 5년을 선고하자는 의견을 냈다. 일반 국민도 주폭을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참작해 7년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윤종구)도 지난 8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차를 대신 몰던 대리운전 기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가격한 혐의(운전자 폭행)로 기소된 박모(42)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음주 감경을 할 사유가 없지만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을 참작한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박씨는 "소주 한병 반 정도와 생맥주를 섞어서 빈속에 급하게 마셔서 많이 취했고,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고 다친 부위가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한다"며 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의 선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농경사회에서 형성된 음주문화가 탈농경사회에서는 계속 유지될 수 없고, 탈농경사회에 부합하는 음주문화와 규범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18일 폭력 범죄 관련 양형 기준을 심의하면서 상습적인 주취 폭력과 관련한 처벌(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