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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가명·31)·은미(가명·29)씨 자매는 사회운동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많이 있다"고 가르쳤다. 유복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원칙이 뚜렷한 아버지를 존경했다.

두 자매는 똑같은 서민 가정에서 자라나 둘 다 대학원에 들어갔다. 둘 다 중산층·서민 가정 출신 남자를 만나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느끼는 '안정감'은 큰 차이가 있다. 언니는 국립대 대학원생 기숙사에 들어가 집값 부담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됐지만, 동생은 원룸에서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동생 은미씨가 확보한 전세 자금은 총 1억3000만원. 두 사람 저축 7000만원에 양가 부모가 3000만원씩 보탰다. 하지만 이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셋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은미씨는 서울 강북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남편은 매일 아침 교대역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송도신도시까지 간다. 두 사람은 고민 끝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1억9000만원짜리 원룸(46㎡·14평)을 얻었다. 6000만원은 대출받았다. "아이가 생겨서 조교를 그만둔 뒤론, 월 100만원씩 나오던 연구비 수입마저 없어졌어요."

언니 영미씨도 결혼 초기엔 동생처럼 고생했다. 2006년 경기도에 1억500만원을 주고 전세 아파트(80㎡·24평)를 얻었다. 저축이 없어 거의 전액 대출이었다. 영미씨 남편(33)은 "남들처럼 신혼집 못 해와 미안하다"면서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두 사람은 간신히 대출금을 다 갚은 뒤, 공부를 더하려고 2009년 대학원생이 됐다. 지난해 보증금 400만원에 월 15만원짜리 기혼자 기숙사에 2년간 살 수 있게 된 것이 두 사람에겐 '로또 당첨' 못지않은 행운이었다. 영미씨는 "집값 부담이 없으면 인생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다"고 했다. "기숙사에 들어온 뒤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매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다면 우리 자매도, 우리 또래 다른 친구들도 지금보다 아이를 쉽게 여럿 낳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