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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30~40대 남녀들의 특별한 미팅이 있었다. 결혼정보 회사 '선우'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집 있는 여자와 직업 있는 남자' 미팅 이벤트였다. 집값 문제를 이색 이벤트를 통해 해결해 보자는 취지였다.

서울 광진구에 66㎡(약 20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김모(39)씨는 "집은 여자인 내가 해결했으니 남자는 직업만 반듯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어릴 땐 남자가 당연히 집을 해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구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한모(36)씨도 "여자가 집이 있으면 그만큼 알뜰하고 성실하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신청자가 넘쳐 지난 6월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날 이벤트엔 여성 170명, 남성 60명이 신청했다. 30대 '커리어우먼'이 많다.

20년차 직장 여성 강모(40)씨는 월급을 알뜰하게 모아 2002년 경기도 남양주에 1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자신은 경기도 분당에 있는 1억50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혼자 산다. 적금 등을 모두 합쳐 본인이 모은 재산만 8억원 정도다. 강씨는 "집이 있다고 하면 남자들이 의자를 당겨 앉는다"며 "그래도 집이 있느냐고 먼저 묻는 남자는 싫다"고 말했다.

그럼 남자들 생각은 어떨까. 직장인 심모(41)씨는 "그래도 집은 남자가 사야 한다고 생각해 처음엔 이벤트 신청을 머뭇거렸다"며 "결혼한 친구들이 대출금 갚느라 아내와 다퉜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집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벤트지만 성혼율이 30%가 넘는다는 게 선우 측 설명이다. 선우 이웅진 대표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늘면서 '집은 남자가 해와야 한다'는 추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처음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했던 남성들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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