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외국 유학을 다녀 온 김경환(가명·30·회사원)씨는 본인의 저축은 3000만원뿐이지만 서울 시내에 전셋집 구하는 건 문제없을 거라고 믿고 있다. "아버지가 당연히 도와주시지 않을까요? 다들 부모 덕에 결혼하고 있잖아요? 제 친구 중에 저만큼 모은 애도 없어요."

김씨의 아버지는 서울 시내에 평생 걸려 마련한 집 한 채 있는 중산층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저축을 털어 힘들게 1억원을 대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들은 "그 돈으론 연립주택밖에 못 들어간다"고 불평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두 달간 신혼부부와 미혼 남녀를 집중 인터뷰한 결과, 중산층·서민 할 것 없이 '부모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부모 없이는 집을 얻을 수 없고, 집을 못 얻으면 결혼할 수 없다'는 공식이 형성돼 있었다. 신혼부부 77쌍 중 53쌍, 20~40대 미혼 남녀 42명 중 26명이 "부모가 도와주는 액수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고, 한번 출발선이 달라지면 따라잡을 수 없다"고 했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연령이 늦어지면서 '어른 되기(Adult Transition)'를 자꾸 미루고, 부모를 '비빌 언덕'으로 생각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A4·5면 기고자 : 이준우 김효인
본문자수 : 71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