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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절차를 거친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9종이며, 이 중 8종이 지난달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학계 일부에서는 유독 교학사 교과서 1종만 집중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7종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교학사 교과서가 처음부터 공격의 대상이 된 큰 이유는,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이 집필에 참여한 첫 교과서이기 때문이었다. 이 교과서는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지난 6월부터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유관순 열사를 깡패라고 썼다"는 유언비어 공격에 시달렸다.

실제로 교과서에 이런 내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이번에는 사관에 대한 집요한 '시비 걸기'가 일어났다. 검정 통과 당일인 지난달 30일부터 일부 야당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 5·16, 5·18 등에 대한 서술 등을 문제 삼아 "검정 합격을 취소해야 한다"는 공격에 나섰다. 이어 위안부 강제 동원, 10월 유신에 대한 서술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됐고, 각종 오류와 표절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보수 진영의 학자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이 교과서가 아예 교육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적인 공격"이라 보고 있다. 2003년 배포된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교과서'로 논란을 빚은 이래, 대안 교과서 출간(2008년), 교과서 집필 기준의 자유민주주의 문구 논란(2011년)을 거치는 등 지난 10년 동안의 '교과서 전쟁' 끝에 나온 보수 교과서에 맹공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는 산고(産苦)를 거쳐 나온 것치고는 실망스러운 점이 적잖게 발견됐다. 자잘한 오류가 많고, 시비를 자초한 부분도 있다. ▲1944년 이전에는 위안부 강제 동원이 없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썼고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본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상대 진영이 공격할 '빌미'를 많이 준 셈이다. 또 대한민국 건국 부분에서 제헌 헌법의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압축적 경제 성장을 단 2쪽 분량으로 서술하는 등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적 발전'이라는 교과서 서술의 취지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고자 : 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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