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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도 몇번씩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는 주부 이신애씨. 이씨가 주로 사는 상품은 유명 브랜드의 패션, 이미용(理美容)품이 대부분이다. TV로 방송을 보다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주문하지만, 나중에 보면 평소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문득 '과연 쇼핑 고수라는 홈쇼핑 MD(상품기획자)들은 어떤 제품을 살까? 나처럼 유명한 회사 제품, 베스트셀러를 좋아할까? 아니면 자기들만의 기준이 있을까?'라는 궁금함이 들었다.

본지는 현대홈쇼핑에 의뢰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일반 소비자가 많이 산 5개 품목과 홈쇼핑 MD의 구매 상위 5개 품목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각각 5개 품목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은 2개뿐이었고, 3개씩은 달랐다. MD에 대한 조사는 올 10월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7일간 MD 103명(남성 62명·여성 41명)을 대상으로 사내 인트라넷인 H-ART에서 구매 인원과 구매 수량을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품은 복수 응답을 가능하게 했고, 구매 이유도 선택하게 했다.

◇중소기업 제품…MD 추천 1위

설문 조사에서 MD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상품은 국내 중소기업인 아너스에서 만든 '아너스 물걸레 청소기'였다. 고객 인기 제품에선 5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MD 103명 가운데선 절반이 넘는 57명이 모두 89세트를 구매했다. 홍진희 대리는 "무릎을 굽히고 바닥 청소를 하는 부모님이나 배우자를 위해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며 "직원들의 입소문을 듣고 따라서 산 직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을 맡은 이종경 상품개발팀 책임MD는 "대기업 제품의 절반 가격도 안 되지만, 품질이 좋아 회사에 있는 샘플을 써본 직원들이 산 경우가 많았다"며 "명절 때 선물용으로 몇개씩 산 MD도 있었다"고 말했다.

2위에는 같은 기간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소포장 견과류 '한줌의 보너츠'가 올랐다. 호두, 아몬드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포장한 제품으로 MD 54명이 모두 88세트를 샀다. 맛있고 싸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 연초부터 소치 동계올림픽, 브라질월드컵 등 빅 스포츠 이벤트가 이어진 것이 인기에 한몫했다.

3위는 38명이 71세트를 산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에어쿠션'이었다. 32명이 다시 구매했을 만큼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도 35만 세트가 팔리며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김지양 미용팀 책임MD는 "홈쇼핑 화장품은 구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직원들도 방송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홈쇼핑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일반 매장에서도 히트 상품이 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4위와 5위에는 일반 소비자 구매 '베스트 5'에는 없는 'SKT 스마트빔'과 '리파캐럿'이 이름을 올렸다. 중소기업인 이노아이오가 만든 'SKT 스마트빔'은 스마트폰 안에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은 물론 영화, DMB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초소형 빔프로젝터다. 자녀 교육용이나 캠핑 때 쓰기 위해 산 MD가 많았다. 이재형 가전용품팀 선임MD는 "미혼자 중에선 집에 TV가 없어서 샀다는 MD도 있었다"며 "일반 고객 중에서도 20~40대 남성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 MTG가 만든 '리파캐럿'은 피부 마사지기. 구매한 MD 17명 가운데 16명이 여성일 정도로 성별 차이가 컸다. 일반 소비자 인기 품목 5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12회 방송에서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景氣 위축 반영…10만원 미만 低價가 많아

일반 소비자와 MD 사이의 선택 차이는 브랜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일반 소비자들과 달리 MD들은 잘 알려지지 않더라도 품질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를 보인 3개 제품 모두 중소기업 제품(아너스 물걸레 청소기), 기능이 낯선 신제품(SKT 스마트빔), 수입품(리파캐럿) 이었다. MD들은 구매 전에 본보기 상품 등을 미리 사용할 수 있고, 담당자로부터 정보를 얻기가 쉽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의 성비(여성 80%)와 다른 MD 구성(남성 60%)도 차이의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불황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홈쇼핑이 선정한 올 상반기 10대 히트 상품 가운데선 의류·속옷 등이 5개였고, 나머지 5개는 10만원이 되지 않는 저가 제품이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와 MD 양쪽에서 5위 안에 든 '한줌의 보너츠'(5만9900원)와 '아이오페 에어쿠션'(8만원)은 10만원에 못 미쳤고, 소비자 선호도에서 5위 안에 든 나머지 제품 중에서 '셀더마 마스크팩'도 9만9000원이었다.

하지만 MD에게만 선택받은 '아너스 물걸레 청소기'(15만9000원)와 'SKT 스마트빔'(34만9000원), '리파캐럿'(29만8000원)은 1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이었다. 불황의 영향으로 많은 소비자가 사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는 지적이다. 김주환 마케팅팀장은 "고객들은 가격이 높은 제품을 쉽게 사기 어려워하지만, MD들은 가격보다는 제품 품질에 더 신경을 써 비싼 제품도 많이 사는 것으로 보인다"며 "MD들이 많이 구입한 제품은 대개 반년 정도 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아 쇼핑에 참고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소비자(고객)들이 사는 상품, MD들이 사는 상품은? 기고자 : 조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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