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경기 용인에 사는 맞벌이 주부 나은빈(34)씨는 평소 집 근처 유기농 매장을 즐겨 찾는다. 채소뿐 아니라 유기농 과자·사탕·유제품 등이 있어 세 돌이 된 아이 음식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주로 소포장 제품이기 때문에 세 가족이 한때 먹기에 적당한 양인 것도 발길이 가게 하는 이유다. 나씨는 "주변 아기 엄마 중에선 평소에도 마트 대신 유기농 매장에서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초록마을·한살림·자연드림·올가 등 국내 유기농 식품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초록마을 등 유기농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013년보다 10~30% 증가했고, 전문 매장도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4개 업체의 매장 수는 지난 한 해 91개 늘어나 전국적으로 808개가 됐다.

각종 규제와 소비 부진 여파로 매출이 줄어드는 일반 대형마트에서도 유기농 부문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유기농 식품 매출도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내수 부진과 출산율 저하 등의 여파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기농 산업의 성장세는 놀랄 만한 수준"이라며 "고품질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욕구)에 맞는 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록마을 등 작년 30% 이상 성장

현재 국내에서 유기농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대상그룹의 초록마을, 풀무원의 올가를 비롯해 생활협동조합 형태인 한살림·자연드림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전문 매장 시장 규모만 1조원 중반으로 성장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유기농 매장까지 더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이들 전문 매장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초록마을은 지난해 매출이 2013년보다 30% 늘어난 1800억원에 달했고, 올가도 매출이 전년 대비 29% 급증했다. 대형 매장 위주로 매장을 지난 1년 동안 각각 10여개씩 늘린 한살림과 자연드림도 13%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대형마트도 유기농 매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가 유기농 부문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현재 76개 매장에 들어 있는 샵인샵 형태 유기농 매장을 확대하고 제품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품목도 유기농 채소에서 유제품, 과자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유기농 과자 매출은 전년 대비 11%, 유기농 과일은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건강과 먹거리에 관심 커지면서 성장세 지속

불황 속에서도 유기농 시장이 커지는 배경으로는 웰빙 바람으로 인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대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 구조적인 변화가 꼽힌다. 소득 수준이 높고 외식이 잦은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집에서 먹을 때만큼은 제대로 먹자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정부가 1990년대부터 시행한 친환경인증제가 정착되면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체들도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직거래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PB(자체 상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초록마을은 어린 자녀를 둔 주부를 겨냥해 '유기농 떡 튀밥' '한입요거트딸기칩' 등 과자류를 중심으로 PB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 계열인 올가도 신선식품뿐 아니라 가공식품, 어린이 전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택보 초록마을 본부장은 "맞벌이 부부, 1인 가구를 겨냥해 주택가를 중심으로 올해 매장 수를 48개를 더 늘려 42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최근 연도별 유기농 전문 매장 수 / 유기농 관련 기업 매출 추이
기고자 : 조재희
본문자수 : 192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