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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美 일정 시작한 아베] 아베 사과없이 "마음 아프다"… 위안부 할머니 "日 사과 듣는게 소원"

하버드大 선 日 총리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나지홍

    발행일 : 2015.04.28 / 종합 A2 면 (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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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위안부 문제 해결위해 노력해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라면, 인신매매에 희생당해,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은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가진 강연에서 하버드대 2학년인 한국계 조셉 최(한국이름 최민우) 학생이 "수백명, 수천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만드는 일에 일본 정부가 직접 관여한 사실이 명백한데도, 총리는 이를 부인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베 총리의 대답은 한 달 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답했던 것과 같았다. 당시 아베 총리의 측근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으나, 누가 인신매매를 했는지 적시하지 않아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들었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총리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른 게 없다"며 "과거 여러 차례 나는 고노 담화를 유지하겠다는 말을 했고, 이런 입장에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세기에 우리는 각종 분쟁이 일어난 곳에서 여성의 인권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입은 역사를 본 적이 있다. 21세기를 20세기처럼 우리가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일본이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유엔총회에서 분쟁 상황에서의 성폭력 등을 없애기 위한 노력에 일본이 앞장서 국제사회를 이끌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며 "2014년에는 1200만달러, 올해는 2200만달러를 성폭력 감소를 위한 기금으로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21세기에는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세기가 돼야 한다는 결의를 확실하게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 학생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긴장 관계 해소를 위해 일본은 어떤 단계를 밟고 있느냐"고 묻자, "이전의 전쟁(2차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 속에서 일본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70년을 보내왔고, 아시아의 번영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 지역의 안정은 아시아 각국의 번영을 통해 이룩된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남중국해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과 역내(域內) 국가들의 갈등을 의식, "일본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지난해 샹그리라 회합 때 이야기했다"면서 "국제법에 기반해 무력이나 강제력 대신 평화적인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아시아 국가에 대해 이런 원칙을 인식시켜, 어떤 경우에도 아시아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 번영의 바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 "아베 총리 달라진 게 없어"

    "만 열여섯 살 때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끌려간 곳이 대만에 있는 일본군 가미카제 부대였습니다. 거기서 일본 군인 방에 안 들어간다고 매를 맞고 전기고문까지 받았어요. 고문 후유증으로 아직도 환청·환상에 시달려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이렇게 역사의 산증인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일본 아베 총리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현장에서 하버드대 학생들과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일본의 위안부 범죄를 고발했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의 하버드대 강연 하루 전인 26일 오후, 하버드대 '퐁(Fong) 강당'에서 하버드대 학생 70여명과 1시간 30분 동안 간담회를 갖고 직접 겪은 위안부 참상에 대해 증언했다.

    이 할머니가 하버드대를 찾아 학생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집권 1기인 2007년 4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위안부의 실상'을 주제로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강연했다. 8년 만에 하버드대를 찾은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안부가 매춘부였다고 매도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끔찍스럽고 고통스럽던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자 간담회장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위안소로 끌려가는 배 안에서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해 순결을 잃었어요. 충격을 받아 죽고 싶었지만 차마 죽을 용기가 없었죠. 위안소에서 고문을 당한 후엔 맞지 않으려고 시키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내가 왜 위안부로 불려야 합니까"라고 할 때는 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나에겐 어머니 아버지가 지어준 이용수란 이름이 있다. 하지만 일본군 때문에 '이용수'가 아닌 '위안부'로서, 결혼도 못한 채 평생 혼자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4학년 클로딘 조(22)씨는 "여성으로서 겪어선 안 될 비인간적인 고통을 겪은 할머니 말씀에 눈물이 쏟아져 질문할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울먹이자 이 할머니는 "한국에서 매주 수요집회를 할 때 우는 학생들에게 항상 해주는 얘기가 있다"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될 여러분이 진실된 역사를 배워 반드시 우리의 한(恨)을 풀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의 하버드대 강연이 열린 27일 오전 강연장인 케네디스쿨 건물 앞에서 일본의 위안부 범죄 공식 사과와 피해자 보상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날 할머니 강연을 들은 하버드대 학생들과 한인단체 관계자들이 시위에 함께했다. 이 할머니는 AP통신을 비롯, 아베 강연을 취재하러 온 세계 언론들을 상대로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정말 떳떳하다면 피해자인 나부터 만나봐야 한다"면서 "죽기 전에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듣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나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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