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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제품도 아닌 '사람' 위해 디자인하라

KAIST 산업디자인 배상민 교수, 학생들 아프리카로 봉사 보내고 적십자·월드비전 등엔 재능기부
    박건형

    발행일 : 2015.05.21 / 사람 A25 면 (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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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이건표 KAIST 산업디자인학과장과 아우디코리아의 요그 디이츨 마케팅 이사가 '아우디-KAIST 이노베이션 라운지 설립을 위한 산학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KAIST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보육 센터'로 운영된다. 산업디자인학과 배상민(44)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아우디코리아는 5년간 2억75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배 교수는 "모두 공학에 초점을 맞춰 창업을 얘기하는데, 실제로 시장에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제품 디자인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독일 자동차 기업 아우디가 KAIST에 '창업 보육 센터'라는 독특한 형태로 기부하게 된 것은 센터장을 맡기로 한 배 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아우디는 배 교수에게 자동차 관련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KAIST에도 기여할 뜻을 밝혔다. 배 교수는 이를 받아들이며 "현금 기부보다는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도와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우디가 이에 응한 것은 배 교수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제품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27세에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그 대학의 교수가 됐다. 동시에 자신의 디자인회사를 세워 코카콜라·P&G·코닥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5년 슬럼프에 빠졌다. "어느 날 백화점에 갔는데, 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제품들이 아름다운 쓰레기로 보였어요. 고작 6개월인 짧은 유행에 목숨이 달린 제품을 만드는 제가 정말 싫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내용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껍데기만 바꿔서 신상품인 것처럼 다시 고객을 유혹하죠."

    마침 KAIST에서 교수직을 제안받은 배 교수는 망설임 없이 한국에 왔다. 디자이너와 전혀 다른 공학·과학자들과 어울리다 보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였다. 10년간의 한국 생활에서 새로운 시각을 찾았느냐고 묻자 "디자인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나 자신도 만족하는 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배 교수의 몸값은 비싸다. 국내 다른 유명 디자이너의 두 배가 넘는 비용을 받는다. 그는 "많은 대기업과 협업했지만 아직 결과물에 불만을 나타낸 곳은 없다"며 "돈을 벌어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당당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할 일'이란 봉사활동이다. 배 교수 연구실의 학생들은 매년 여름 의무적으로 아프리카에 한 달씩 봉사활동을 가야 한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비용은 배 교수가 낸다. 적십자사, 월드비전 등과 일할 때는 무료로 재능을 기부한다.

    그가 보는 한국의 제품 디자인 수준은 어떨까. "우리나라가 제품 디자인의 개념을 깨달은 건 20년도 안 됐죠. 그전에는 삼성이나 LG도 일본 제품 베끼는 걸 당연시했습니다. 역사가 짧다는 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연구실에서 본 한국 학생들은 뉴욕의 최고 디자이너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꿈을 펼칠 곳이 없을 뿐이죠. 이노베이션 라운지에서 이런 학생들을 열심히 키워볼 생각입니다."

    기고자 : 박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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