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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최장 잠복기(14일) 넘겨 17일 만에 發病'<본지 16일 A4면> 보도에 따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지 17일 만에 증상이 나타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메르스 예상 최대 잠복기인 2주를 뛰어넘어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보건 당국이 대단히 당황할 만하다. 병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잠복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는 한국형 호흡기 질환(KORS· Korean Respiratory Syndrome)으로 변형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통계학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질병의 잠복 기간은 대체로 지수 분포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 보도에 알려진 대로 평균 잠복 기간이 5일이라면 14일의 잠복 후 발병될 확률은 6%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대 잠복 기간을 14일이라고 한 것은 14일 이후 발병 확률(잠복 후에 병으로 나타날 확률)이 5% 미만이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평균 잠복 기간이 4.7일이라면 2주 후 발병 확률은 5% 정도다.

5일을 평균 잠복기라고 하고 발병 확률이 1% 미만이 되는 시간을 최대 잠복 기간이라고 한다면 최대 잠복 기간을 23일로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17일 현재 5910명이 자가 격리되어 있는데 자가 격리 기간을 23일로 늘리는 것을 보건 당국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KORS(한국형 호흡기 질환)'라는 용어가 국민과 전 세계에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 당국자나 언론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자료에 의해서만 메르스 관련 보도를 해야 한다.

이제는 메르스 발병 이후 충분한 과학적 자료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국내의 유능한 통계학자들과 역학 연구가들이 이 자료를 분석해 과학적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주먹구구식 대책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빨리 지금까지의 메르스 감염 자료를 통계학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이영작 전 한양대학교 석좌교수·한국임상CRO협회 회장
기고자 : 이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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