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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73)·김원우(68) 형제 작가가 가을을 맞아 나란히 책을 냈다. 김원일은 대하소설 '늘푸른 소나무'(전 3권·강 출판사)를 재출간했고, 김원우는 소설 작법서(作法書) '작가를 위하여'(글항아리)를 선보였다. 형제 작가는 진지하고 묵직한 소설을 쓴다는 공통점을 지녀왔지만 동시 출간은 보기 드문 일이다.

'늘푸른 소나무'는 김원일 소설 전집(전 28권) 중 6차분 23권째로 나왔다. 작가가 1990년대 중반에 초판을 냈다가 절판된 작품을 전집용으로 재출간한 것.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 무렵부터 식민지 통치가 뿌리를 내린 1920년대 중반까지를 다룬다. 일제에 항거한 애국지사와 민초들의 삶을 웅장한 필치로 그려냈다. 주자학에 기반을 둔 전통 선비, 근대 교육의 세례를 받은 신(新)지식인,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펼치는 승려, 천민으로 태어나 일제에 저항하면서 농촌계몽운동가로 변신한 사람 등 다양하면서 생생한 군상이 등장한다. 평론가 홍정선 교수(인하대)는 전집 해설을 통해 "청춘의 번뇌 차원을 벗어난 성장소설이기도 한 '늘푸른 소나무'는 한국 소설사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교양소설"이라고 평가했다.

김원우의 '작가를 위하여'는 겉으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창작 강의 같지만, 속으론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곰삭은 사유로 묵직하다. "오늘날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그넷길의 다사다난을 미리 읽을 수 있거나, 주제넘게 영감 따위를 주워섬기는 사람은 없다"로 시작하는 작가의 입심은 비딱하게 세상과 소설을 바라본 소감을 구시렁거리는 만연체로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소설이 '교훈'을 주던 시대는 지났고, '재미'도 독자 취향에 따라 다른 때라고 한다. 작가는 이야기의 힘을 여전히 믿으면서 그 뿌리는 개성 있는 문체에 있다고 본다. 신속한 영상 문화가 범람하니까 문학도 더 간결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김원우는 현대 소설의 강력한 무기는 만연체라고 역설한다. 진정한 소설은 화려체와 간결체를 내세운 감상주의의 상투성에 맞서야 한다고 본다. 김원우 소설의 본질을 내보이면서 침체에 빠진 한국 소설을 질타하는 문학 에세이로 작가 지망생을 위한 강의도 펼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