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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의 시대적 배경인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는 임시의정원을 최고 기관으로 하는 '집단 지도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1932년 이봉창·윤봉길 의거 등 임정의 주요 활동은 당시 국무위원이었던 백범(白凡) 김구(金九)가 이끌었다. 김구가 주석으로 취임한 건 1940년 충칭(重慶) 시절이다. 임정이 김구 중심의 '단일 지도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헌법 초안(草案) 자료〈사진〉가 공개됐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왕식)은 광복 70년을 맞아 임정의 독립운동과 광복 직후의 사회상을 담은 소장 자료 387건을 자료집(2권)으로 15일 발간했다. 이 자료집에는 김구 중심의 단일 지도 체제를 확립한 1940년 임정의 개헌을 앞두고 임시의정원 의장과 임정 국무위원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붕준(金朋濬·1888~1950) 선생이 첨삭 작업을 했던 헌법 초안이 포함되어 있다.

김붕준은 임시의정원 중심의 집단 지도 체제를 표방했던 1927년 헌법 인쇄본 가운데 삭제할 조항에 붉은색 선을 긋고, 첨가할 내용도 붉은색 펜으로 메모했다. 헌법 2조의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은 임시의정원에 있음'이라는 조항도 붉은색으로 삭제 표기가 되어 있다. 김붕준은 이 헌법 초안의 표지에 '김기원(金起元·김붕준의 다른 이름)'이라고 서명했다. 지금까지는 임정 외교부장을 지낸 조소앙(趙素昻)이 1940년 개헌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개헌에 필요한 첨삭 작업을 한 시기는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1940년 개헌 직전에 작성된 사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물관은 김붕준 일가가 소장하고 있던 헌법 초안과 태극기 등 독립운동 사료를 입수한 뒤 정리 작업을 해왔다. 임시정부 연구자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1940년 임정 헌법은 원본이 없고 중국어 번역본만 남아 있기 때문에 임정 헌법의 변천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중한 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