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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한 브라질 여성이 전(前) 직장을 고소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여기서 뉴스거리는 그 직장이 인터넷으로 불륜을 주선하는 회사였다는 점이었다. 그 여성은 직장에서 과도한 업무로 고질적인 손목 통증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상의 '미끼 회원'들을 만드느라 컴퓨터 앞에만 붙어 있다가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뉴스를 보고 신기해서 이 분야(그러니까 '불륜 사업')에 대해 취재해봤다. 그리고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불륜 사이트나 데이트 주선 사이트를 위해 가짜 회원을 만들어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대개 남자)을 꾀기 위해 그럴듯한 프로필을 꾸며내는 것이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자가 가짜 회원 만들기 전문가라는 사람을 인터뷰한 기사를 봤다. 그 사람은 대부분의 데이트 주선 사이트에 가입된 여성 회원 중 약 2%만이 실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데이트 주선 사이트 회원들은 보통 한 달에 3만원 정도를 회비로 낸다고 들었다. 기자는 "데이트 주선 사이트의 회원들은 환상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에도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재능이 있는 이들을 가끔 본다. 예전 동네에서 토마토 10개를 비닐랩으로 포장해놓은 게 1000원인 걸 보고 산 적이 있다. 집에 와서 포장을 뜯어보니 눈에 보이는 2~3개 정도만 신선하고 안쪽에 있는 것들은 상태가 안 좋았다. 실해 보이는 토마토만 보이도록 교묘하게 포장한 것이다. 파격적으로 싸게 파는 과일 박스일수록 이런 식으로 포장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완벽한 데이트 상대라는 환상에 속는다면, 한국에선 값싸고 좋은 과일이라는 환상에 속아 넘어가는 셈이다. 양쪽 다 환상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점에선 별 차이가 없다. 속이는 사람이 가장 나쁘지만, 속는 쪽에서는 자신이 어떤 환상에 속았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상에 완벽한 데이트 상대나 싸고 좋은 과일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지 않은가.

팀 알퍼 칼럼니스트 기고자 : 알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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