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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모친상을 당한 최모(59)씨는 사망신고를 위해 서울 은평구청을 찾았다가 그 자리에서 상속 재산을 확인할 수 있어 어리둥절했다.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금융감독원, 국민연금공단, 관할 세무서 등 관련 기관을 직접 돌아다니며 상속 재산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최씨는 구청에 신분증만 제시하고 어머니의 상속 재산을 확인, 상속 신청까지 할 수 있었다.

최씨가 이용한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정부 3.0 사업의 대표 사례다. 국무총리 소속 '정부 3.0 추진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정부 3.0 추진 성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핵심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 3.0'이란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개방해 국민 편의를 높이는 현 정부의 혁신 방안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도 정부 3.0의 대표 사례다. 전에는 컴퓨터를 켜서 관심 있는 지역을 선택해야만 성범죄자 정보를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의 현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변 성범죄자 정보를 자동으로 알 수 있다. 2014년 8월 처음 도입된 이 앱은 지난 8월까지 1년간 434만건 다운로드됐다.

이날 정부 3.0 위원회는 대표 성과 30선을 발표했다. 고용·복지 정보를 한곳에서 알 수 있는 '고용복지+센터', 모든 종류 법인을 온라인에서 설립할 수 있도록 해 창업을 돕는 '온라인 법인 설립 원스톱 서비스',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지불할 수 있는 '전국 호환 교통카드' 등이 모두 공공 데이터 공유·공개를 통해 가능해진 서비스다.

위원회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국정 2기에는 파급 효과가 큰 핵심 과제를 추려내 집중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출산 직후 부모가 병원에서 우편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올 연말까지 도입한다. 2016년에는 온라인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금은 병원에서 출산 후 산모나 가족이 직접 주민센터를 찾아 출생신고를 해야 해 산모나 가족들이 시간을 내지 못하면 출생신고가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행자부 관계자는 "출생신고가 병원에서 처리되면 산모에게 출산축하금, 무료 건강검진과 육아용품 등 산모에게 필요한 관련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점을 드러냈던 재난 안전 대응 시스템도 손본다. 메르스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전염의 심각성을 초기에 파악하지 못해 국민에게 사태를 뒤늦게 알리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정부 3.0위원회는 이런 상황이 보건복지부와 국민안전처 등 관계 부처가 재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해 판단 시기를 놓쳐 벌어진 측면이 있다고 보고 2017년까지 국민안전처,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산림청 등 재난정보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재난 정보를 공유·대응하는 종합 재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세 과세 정보, 가족관계 정보 등 부처별로 수요가 높은 핵심 행정 정보도 올 연말부터 단계적으로 공개해 나간다. 이렇게 해서 국세청이 부가가치세 정보를 지자체와 공유하면 지방세 체납자가 거래 상대로부터 받을 대금 정보가 공개돼 지자체가 체납 지방세 징수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위원회는 '개방된 데이터 중에 쓸모 있는 데이터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 다음 달 중 일반 국민, 기업인, 창업가 등을 대상으로 공공 데이터 수요 조사를 벌인다. 송희준 정부3.0 추진위원장(이화여대 사회과학부 교수)은 "국민과 정책 고객의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과제를 선택·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3.0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국민들이 관공서를 찾는 횟수를 줄여주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이다. 공개된 공공 정보를 활용해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조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부 3.0의 목적이다.

[그래픽] 정부 3.0 핵심 과제 기고자 : 김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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