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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는 유럽이 잇따라 '노동 개혁의 칼'을 빼들고 있다. 영국 하원은 15일 노동조합의 파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노동조합법안(노조법)'을 찬성 317표, 반대 284표로 통과시켰다. 최종 입법을 위해선 하원 '공공법사위원회' 심의와 상·하원 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집권 보수당이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입법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정부가 제출한 새 노조법은 현재 '투표 참가자의 과반'으로 돼 있는 파업 결의 투표 조건을 '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으로 강화했다. 특히 공공 부문은 재적 노조원의 40%가 찬성해야 파업이 가능해진다. 또 현재 임금 지급 때 조합비를 일괄 공제하는 제도를 금지하고, 파업 노조원 자리에 대체 인력을 파견할 수 있도록 했다. 파업 개시 통보 시기도 '파업 전 7일'에서 '14일'로 늘렸다. 영국 정부는 "파업의 대표성을 강화해, 소수의 과격 노조원이 전체 노조원의 생활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강경 좌파' 제러미 코빈(66)을 새 당수로 선출한 노동당과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대 노조인 노동조합회의(TUC)의 프랜시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 이후 노조에 대한 30년 만의 최대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이달 초 새로운 '일자리 법안'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에 나섰다.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대신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고용주가 직원의 성과를 더 세밀하게 관찰·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우파만 노동 개혁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3000쪽에 달하는 복잡한 노동법을 간소화하고, 그동안 상급 단위에서 이루어지던 노사 협상을 기업 단위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 개혁을 올해 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프랑스는 10%가 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친기업적으로 노동 시장을 바꾸고 있다"며 "노사 교섭도 영국·독일식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고자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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