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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15일의 이혼 판결을 통해 종전의 유책주의를 재확인했다. 우리나라는 배우자가 부정행위, 심히 부당한 대우 등 민법 840조에 정한 잘못을 저질러야 재판상 이혼이 가능한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혼인 관계가 파탄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우자는 잘못이 있어야 하는 한편, 이혼청구인 스스로는 잘못이 없을 것도 요구한다.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를 막는 조문은 없지만, 1965년 대법원이 "축첩(蓄妾)한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판례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오랜 기간 별거해 형식적 부부관계만 유지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유책주의로 이혼을 막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대법원도 1987년부터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와 '이혼 청구인의 책임이 상대방보다 무겁지 않은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해 왔다. 즉 재판 실무상 가장 문제가 되는 이혼 사유인 840조 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해당 범위를 넓혀온 것이다. 2010년에는 74세의 남편이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자녀까지 두고 46년간 아내와 별거하다 이혼을 청구한 사안에서 '오랜 세월이 흘러 원고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고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그런데 이번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까지 열자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간은 이혼 허용 범위를 넓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잘잘못을 따지는 '유책주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법원이나 가정법률상담소 등 일선에서는 판례 변경을 통한 파탄주의 도입을 우려했다. 과거보다는 줄었다지만 '축출이혼'이 여전히 있고, 잘못이 없는 배우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염려하던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대법원 판결 직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표] 외국의 이혼제도 변화 기고자 : 양은경 김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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