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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일본 중앙은행 총재),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충격 처방

아베노믹스 약효 떨어지자 소비감소·엔화 강세 막기 위해 정책금리 0.1%서 -0.1%로
    김수혜 최형석

    발행일 : 2016.01.30 / 경제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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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간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은행에 묶인 돈을 시중에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으로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일본은행은 29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중앙은행의 정책 금리를 0.1%에서 -0.1%로 낮춘다고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필요하면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강구하겠다"면서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본이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구로다 총재가 지난 3년간 매년 80조엔(약 803조원)씩 돈을 풀었는데도 경기 침체를 막지 못하자 마이너스 금리라는 '충격과 공포(shock-and-awe)' 처방을 들고 나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일본 경제 상황은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의 약효가 다한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0.6%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2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쳐 구로다 총재가 목표로 제시한 2%는커녕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12월 총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고, 광공업 생산도 전월 대비 1.4% 뒷걸음질했다. 이 때문에 일본 유력 일간지 마이니치는 지난 21일 "지금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결딴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로다 총재의 충격 요법에 금융시장은 일단 반색하는 모습이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8% 상승했고, 미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1.6% 하락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단순히 금리만 낮추는 통화정책으로는 죽어가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보다 앞서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춘 스위스, 덴마크, 유로존 등에서도 뚜렷한 경기 부양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허진호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금융 완화가 실물 수요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는 일본 정부가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는 그동안 유럽처럼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출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구로다 총재가 부인해왔던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낸 것은 역설적으로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중앙은행에 예금 대비 일정 부분을 예치해야 하는 시중은행들이 예금 받기를 꺼리면서 오히려 장롱이나 금고에 돈이 잠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입장에선 일본의 금리 인하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과 중국의 통화 팽창 정책으로 엔화와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한국 원화만 강세를 보인다면 수출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마이너스 정책금리 채택한 국가들
    기고자 : 김수혜 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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