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2016년 미국 대선 본선(本選)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민주당)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공화당)가 여론조사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지난 25~ 28일 시행한 조사에서 두 사람은 똑같이 38%의 지지율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트럼프가 본선에서 힐러리에 대패할 것이라는 여론조사나 관측이 많았다.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41%로 35%인 힐러리를 앞섰고, 여성들은 힐러리가 41%로 35%인 트럼프보다 우세했다. 또 흑인 유권자들은 57%가 힐러리를 지지했지만, 백인들은 트럼프가 43%로 힐러리(34%)를 제쳤다.

트럼프가 약진하면서 공화당 주류의 분위기도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장수 현역 연방하원 의원인 지미 던컨(테네시·68) 의원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던컨 의원은 성명에서 "우리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엄청난 무역 지렛대(제재 수단)가 있는데 트럼프가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빌 슈스터(펜실베이니아) 연방하원 교통·인프라위원회 위원장과 제프 밀러 재향군인위원회 위원장 등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 반대가 계속되면 힐러리만 유리해진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중도에 후보 경선을 포기한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상원 의원의 부통령 후보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의 다수는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는 7월 중순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를 열어 다른 후보를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 인사들이 늘고 있고, 여론도 1위 후보를 대선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이런 시나리오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 후보가 된 듯 연일 '오바마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를 공격하면서 그 밑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도 한 묶음으로 공격하는 모양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대(對)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정책, 중동 난민 수용정책, 이란 핵합의 등을 비판하면서 "미국 외교에 새로운 비전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