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더불어민주당 '오너'인 문재인과 '고용 사장' 김종인 간에 권력 갈등으로 시끄러울 때, '김두관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친노(親盧)이면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의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연고가 없는' 김포의 보궐선거에 나와 낙선한 뒤 이번에 당선됐다.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리틀 노무현'으로 각광받던 시절은 벌써 옛날이 된 모양이다.

―'친(親)문재인' 세력이 다수가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본인의 자리가 있겠나?

"한때 내 편에 섰던 사람들도 다 떠나갔다. 하지만 뜻과 배짱이 맞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겠나. 정치를 혼자 어떻게 하겠나."

―김종인과 문재인 간의 갈등을 어떻게 보나?

"김종인 대표가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으로 당 중심을 잡은 공로는 인정하지만 '셀프 공천'으로 다 깎아 먹었다. 우리가 제1당이 된 것에 대한 감사패를 줘야 할 분은 청와대에 계신다. 요즘 김 대표는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이승만·김대중이 칠십대가 넘어 대통령을 했으니 본인도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김종인의 노욕(老慾) 때문에 불화가 생겼다고 보나?

"문재인 전 대표는 칩거하면서 대선을 준비할 줄 알았다. 계속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었나. 전당대회에 관한 발언을 직접 하면서 분란(紛亂)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문재인은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통령 출마도 안 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의 허언(虛言)은 여반장(如反掌)처럼 하는 것이고, 여기에 안 걸리는 정치인이 있겠나. 원칙적으로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감 아니다"라고 발언했는데?

"당시 주간지(週刊誌)에서 내가 한 말을 거두절미해 제목을 뽑은 것이다. 카리스마, 전국 조직 같은 옛날 기준으로는 대통령감 아니라고 했던 것이지, 수평적 리더십과 합의가 요구되는 시절에는 대통령감이라고 좋게 말한 것이다. 당시(2012년) 기준으로는 그렇게 봤다. 현재 문재인이 그런지는 노 코멘트다."

―문재인과는 오랜 동지적 관계인가?

"우리 인연이 깊은 것으로 보도됐으나 사실 각별하지 않다. 교류도 별로 없었다. 노무현 후보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은 부산본부장, 나는 경남본부장을 맡았다. 정권을 잡은 뒤 각각 대통령 민정수석과 행자부 장관으로 일했다."

―문재인·유시민·안희정은 성골 진골이고, 본인은 총애받은 6두품이라고 했는데?

"노 대통령의 발탁으로 내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과 정무특보를 한 사람인데, 농담으로 한 말이다. 다만 문재인과는 급(級)이 다르다. 노 대통령이 '내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까지 말하지 않았나."

―지난 대선 때 야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대항할 사람은 김두관 지사밖에 없다'며 바람을 많이 잡았는데?

"박근혜 후보 이미지와 내가 워낙 대비됐으니까. 김종인, 윤여준, 법륜 스님 등 많은 분이 내려와 내 마음을 떠봤고, 내로라하는 여의도 책사(策士)가 다 방문했다. '지역 구도로 영남 출신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호남 표를 그냥 가져오고 영남 표도 얻는다'며 단 하나의 필승 카드라고들 하니까, 내가 중심을 못 잡고 출마했다."

―경남지사를 중도 사퇴하고 출마했던 결정이 후회스러운가?

"2010년 경남지사에 당선된 뒤 내 정치 시간표를 짜놓았다. 대권 도전은 2017년으로 잡았다. 그래 놓고는 지사직을 중도 사퇴했으니 도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 그때 얻은 교훈은 시대를 걸머쥘 준비가 된 사람만이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대선 출마를 하면서 '친노(親盧)그룹'이 나눠졌는데?

"문재인 쪽이 다수였다. 당시 한 토론회에서 내가 '문재인은 비서실장으로서 노 대통령 죽음에 책임이 있지 않나'라고 발언하자 친노 세력이 '장관을 한 김두관은 책임이 없나'라며 발끈했다. 그 뒤로 범(汎)친노가 문재인 쪽으로 쏠렸다. 거의 9대1쯤 됐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고 패권 세력이 됐다"고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노무현 정신은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어려운 길이라도 정면 돌파하고, 명분이 있으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2009년 노 대통령이 자살한 뒤 경남 양산의 보궐선거가 있었다. 내가 문재인에게 세 번이나 찾아가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며 출마를 권했지만 안 받아들였다. 2010년 부산시장 출마 권유 때도 그랬다. 다른 친노(親盧) 동지들도 부산의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나가봐야 어렵다'고 판단했던 거다. 하지만 내가 경남지사에 당선되니까 2012년 총선에는 서로 나가려고 박이 터졌다. 어려우면 안 나가고 유리하면 나가려 하고, '노무현 정신'은 개뿔이지 뭘 계승하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은 언제 시작됐나?

"내가 남해농민회에서 활동할 때 '5공 청문회 스타'인 이분을 특강 연사로 초청해 만나게 됐다. 그 뒤 나는 무소속으로 남해군수를 두 번 했고 경남지사에 도전했다. 이분은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와 '부산·경남 지역에 단체장을 내겠다'고 공약했다. 그런 뒤 내게 전화를 두 번이나 걸어 '무슨 정치를 하려고 그러느냐. 나와 같이 안 할 셈인가'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통합민주당에 입당했고 도지사 선거에서 두 번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 "공(功) 6, 과(過) 4"라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노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타파했다. 그분은 검찰·국정원·국세청 같은 국가 권력기관을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 쓰지 않았다. 임기 초반에는 국정원 보고도 아예 안 받았다."

―그게 과연 국정 운영이나 국가 이익을 위해 옳은가? 그러려면 아예 그런 국가기관을 해체하는 게 맞지.

"안 그래도 내가 '고급 인력과 정보를 갖고 있는 국정원 보고를 왜 안 받느냐?'고 조언하자 '정치 공작을 해온 국정원이 대통령 보고에 재미 붙이게 만들면 나중에 역사가 참여정부를 뭐라고 기록하겠나'라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뒤에는 국정원 보고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의 과(過)는 뭐라고 보나?

"노무현 개인은 사회·경제적 약자(弱者)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으나, 집행 과정에서 자신의 철학이 구현되지 못했다. 지지 계층의 기대에 못 미쳤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이런 약자들을 위한 것이다. 권력 있고 돈 많고 학벌 좋은 사람들은 버려둬도 자기 몫을 다 찾아 먹는다."

―노 정권 시절 '내 편 네 편 가르기'로 갈등이 심했다. 혹시 그런 유산을 계승하고 있나?

"나는 약자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 편 가르지 않는다. 다만 많이 배우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보수(保守)라면 정말 보수답게 하라는 거다. 보수 정권의 각료들을 봐라. 병역 회피했거나 자기 자식을 군대에서 빼준 사람이 애국자인 체, 잘난 체하고 있지 않나."

―그들을 변호할 생각은 없다. 반미(反美)를 부르짖는 진보 인사들이 자기 자식은 미국 유학 보낸다. 이런 위선(僞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반미한다고 아들 미국 유학을 못 시키나. 그건 좀 이분법적 관점 아닌가."

―남해군수 때 '공무원과 언론의 유착 고리를 끊겠다'며 군청 기자실을 폐쇄했다. 노무현 정권의 중앙 부처 기자실 폐쇄 조치가 여기서 나왔나?

"벤치마킹했는지 모르겠다. 군수 시절 바다 양식 사업을 해보겠다고 당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을 방문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노 장관이 '김 군수 어떻게 기자실 없앴나? 언론과 싸우기가 쉽지 않은데'라며 관심을 표했다."

―지방 언론의 일부 행태를 보고 본인의 언론관(言論觀)이 형성된 것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언론이 중심을 잡고 언론다웠으면 좋겠다. 기득권 편만 들지 말고."

그는 6남매 다섯째로, 종합고(농고의 후신)를 나와 농사짓다가 2년제 전문대에 들어갔다. 그 뒤 동아대 정치학과에 학사 편입했다. 이장(里長) 출신으로 남해군수 두 번,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지사를 거쳤다.

―2012년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문재인·손학규에 이어 3등을 했다. 당신에 대해 '스토리'는 좋은데 '콘텐츠'가 없다고?

"사실 살아온 '스토리'는 나만 한 사람이 드물다. 스토리는 있는데 '텔링(telling)'이 없다고 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어려웠다. 가난하고 못 배운 것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그걸 자신의 정치 브랜드로 내세우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내세운 적 없고 남들이 그렇게 붙여준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 기세가 꺾인 것은 고(故)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가 초청한 간담회에서였다. 물가 대책, 건강보험, 보육 문제 등 국가 현안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 했는데?

"도지사로서 중국에 출장 갔을 때 간담회 연락이 왔다. 바로 전날 귀국하니 '간담회가 아니라 정책 토론회'라고 했다. 준비를 위해 연기해야 했는데, '김 지사를 좀 띄워 주기 위해 첫 순번에 넣은 것'이라고 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첫 중앙 무대 데뷔라 솔직히 긴장도 많이 했다."

―사전 준비를 안 했어도 군수·행자부장관·도지사를 거치면서 축적된 게 있었을 것 아닌가. 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내 나름대로 정진(精進)해왔지만 지식이 얼마나 늘어나겠나. 중요한 것은 가치와 철학이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각종 현안마다 전문적 지식은 못 갖춰도, 들으면 이해할 수준의 식견(識見)은 돼야 하지 않겠나?

"김두관이가 그런 것도 못 알아듣는다고 보나. 나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거나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누구를 인터뷰해도 이렇게 질문한다. 언론은 홍보(弘報)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정치인은 자기 부음(訃音)만 안 나오면 비판 기사도 좋다고 했으니까."

―지난 대선 때 당신은 '문재인 대체재'라고 했다. 그럴 기회가 있다고 보나? 본인의 권력 의지는 어떤가?

"성과 없이 욕심만 낸다고 되겠나. 하지만 내가 권력 의지는 있는 편 아닌가. 야심을 일찍 드러냈으니까. 야심만만한 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