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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 팬들이 충혈된 눈으로 아침을 맞으면서도 즐겁던 시절이 있었다. 박지성이 활약하던 때다. 요즘엔 그럴 일이 좀처럼 없다. 특별한 부상도 없는 유럽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팬들 사이에 "요즘처럼 숙면을 취할 때가 없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축구 대표팀 주축인 '쌍용 콤비'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각각 4월 한 달 동안 한 경기에만 얼굴을 비췄다. 이청용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대로 팀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다음 시즌 이적을 시사했다. 그는 앨런 파듀 감독의 구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오른쪽 정강이 부상에서 회복하는 동안 팀 내 경쟁자들이 주축 멤버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더구나 파듀 감독은 전술과 멤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기회를 잡기도 어렵다.

지난 시즌 8골을 기록하며 스완지시티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던 기성용도 주전 자리를 내줬다. 작년 12월 기성용을 신임하던 개리 몽크 감독이 경질되면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은 수비 위주 전술을 선호한다. 공격 전개에 강점이 있는 기성용 대신 수비 능력이 뛰어난 경쟁자들이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하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은 지난달 4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 출장은 1경기에 그쳤다. 작년 여름 이적료 400억원에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둥지를 옮긴 그는 델리 알리(올 시즌 11골), 에릭 라멜라(10골) 등 포지션 경쟁자들이 최고 활약으로 팀을 2위까지 끌어올리면서 밀려났다.

올 시즌 토트넘 전술에서 손흥민은 겉도는 장면을 자주 보인다.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손흥민에게 팀 동료가 손가락으로 지시를 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대표팀의 왼쪽 수비 라인을 책임졌던 박주호(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의 결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둘은 지난 2월부터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선발뿐 아니라 교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상 팀 전력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 지난 1월 포르투갈 명문팀 FC포르투로 이적한 스트라이커 석현준도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10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그나마 유럽 무대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는 선수는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이다. 구자철은 지난달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팀 동료인 홍정호와 지동원은 주로 교체 요원으로 나선다.

문제는 '개점 휴업' 중인 유럽파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다는 사실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6개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를 대표팀에 선발하기는 어렵다"며 "이 선수들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변화를 주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오는 6월 1일 스페인, 5일 체코와 각각 평가전을 치른 뒤 9월부터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에 돌입한다.

[표] 주요 유럽파 성적 기고자 :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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