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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대구광역시 외곽에 있는 대구예담학교 합동 연주실. 이 학교 실용음악반 김병준(18) 학생이 친구 3명과 키보드, 베이스 기타, 기타, 드럼 합주로 자작곡 연주를 마치자 무대를 지켜본 학생 50여명이 일제히 "멋있다"며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이들의 연주에 이어 다른 학생들로 구성된 댄스·밴드 연주 등 이날 총 아홉 팀의 공연이 진행됐다.

특별 강연 연사로 초청된 연예 기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김형규 이사는 "합주는 서로 박자를 맞추는 게 중요하니 꼭 메트로놈을 크게 틀어놓고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한 가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김 이사의 발언을 메모했다. 이날 공연은 이 학교 학생들에게 무대에 서는 것이자 공연을 관람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수업'이기도 했다.

예담학교는 대구 시내 일반고에 다니는 3학년 학생 1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14년 폐교된 도남초등학교 건물을 단장해 예담학교 문을 열고, 대구 시내 일반고 3학년 학생 중 예술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아 실용음악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년간 21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원소속 학교가 다른 만큼 학생들은 각자 소속 학교의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예담학교가 문을 연 것은 "일반고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대구교육청 이혜정 장학사는 "진로 희망과 성적 수준이 제각각인 아이들이 획일적인 수업을 받고, 태반은 엎드려 자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가르쳐야 엎드려 자는 아이를 깨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일반고 살리기' 일환으로 시작된 대구시교육청의 교육 실험은 한마디로 일반고 학생 중 예능 진학자들을 따로 모아 맞춤형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능에 맞춰진 기존의 일반고 스케줄이 아니라 예능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주일 34시간 정규 수업 시간 중 16시간을 예술 수업(전공 심화 수업)으로 진행하고, 입시에 꼭 필요한 국어·사회·영어 과목 등은 하루 3교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나머지 수업은 전공에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 연주, 노래 연습에 매진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처음 학교 문을 열 때만 해도 '문제아가 모이는 대안학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개교 3년 차에 들어선 지금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이 나온다. 218명의 수료생 중 147명(67.4%)이 원하는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지난해엔 미술 전공 수료생의 대학 진학률이 86.4%를 기록했다. 일본 도쿄공예대 유학생으로 발탁된 케이스도 나왔다.

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11월 열린 학부모 설명회에서는 20명 남짓 뽑는 미술 전공에 500여명의 학부모가 몰려들기도 했다. 지금도 대구시교육청에는 "우리 아이를 예담학교에 보낼 방법이 없느냐"는 타지역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예담학교 교사들은 "입학 때만 해도 어둡던 아이들이 한 달만 지나면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는 게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김행근(56) 사회 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이 '너 원래 학교로 돌아가라'는 말"이라며 웃었다. 기고자 : 배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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