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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자동차 왕국 독일의 소비자는 이달부터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때 최대 4000유로(약 52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은 정부와 자동차 생산업체가 반반씩 부담하는데 업체에선 폴크스바겐과 BMW, 다임러 등이 참여한다. 독일 정부는 보조금 몫으로 예산 6억유로를 배정했다. 보조금은 선착순으로 신청받고 가격이 6만유로(약 7800만원) 이하인 자동차가 대상이다. 이 정책으로 독일 자동차 구매자 40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전기자동차 붐을 일으켜 현재 5만대 수준인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를 오는 2020년까지 100만대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전기자동차가 일으키는 엔진 소리는 세계 곳곳에서 점점 강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30만대 가까운 전기차가 판매됐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5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다. 네덜란드에서는 오는 2025년 이후 휘발유·경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은 아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이 상원의 심사와 표결을 통과하면 10년 후 네덜란드 거리에선 신차의 경우, 전기차만 보게 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전기차로 자동차계 주류가 되겠다"는 테슬라의 새로운 중형 전기차 '모델3'는 공개 사흘 만에 27만6000건의 사전 주문량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큰 흐름을 차지하는 순간, 에너지 분야에서도 혁명 같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1차 에너지 연료는 석유가 31.1%, 석탄 28.9%, 천연가스 21.4%, 원자력 4.8% 등이다. 이 중 석탄과 천연가스의 상당량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아직도 석유를 많이 쓰는 이유는 자동차 등 이동·운송 수단이 휘발유·경유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가 주 연료를 석유에서 전기로 바꾸면 전기에 대한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이쯤 되면 에너지 연료의 상당 부분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먼저 투입될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에서 타타스틸이 철강산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해서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타타스틸은 전체 영국 철강산업 종사자 1만8000명 중 1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다. 철강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인데, 영국 대기업이 내는 전기료는 다른 유럽 주요국 평균 가격의 1.7배에 달했다. 타타스틸은 애초 원가 경쟁에서부터 지고 들어간 셈인데, 이런 식으로는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기를 싸게 만드는 데만 신경을 쓸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석탄 발전은 가격은 싸지만 온실가스를 원자력보다 100배나 많이 배출하는 결정적인 '윤리적·환경적' 단점을 갖고 있어 선진국에선 퇴출 대상이다. 원자력은 동일본 대지진 때 봤듯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얼마나 '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를 만들어낼 것이냐는 앞으로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국가와 개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조만간 닥쳐올 '전기 전성시대'에 대한 치밀한 전략과 철학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