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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A장학재단은 2년 전 출연금(기본 재산)의 일부를 국공채 펀드에 투자하게 해달라고 서울시교육청에 허가를 요청했다. 연 1%대에 불과한 은행 정기예금 이자 수입만 갖고선 장학 사업은 고사하고 사무실 임차료와 직원 인건비도 부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공채 펀드는 정부나 공공 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당시엔 연 4~5%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청 담당 공무원은 "안전하게 은행 예금에 넣어놓을 것이지 왜 위험한 채권에 투자하려고 하느냐. 그러다 원금 손실이 나면 당신들이 책임질 것이냐"며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이 재단은 연간 500명 선이던 장학생 수를 200명으로 줄여야 했다.

저금리 쇼크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공익 법인들이 주무 관청의 '꽉 막힌 행정'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현행 '공익 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종류를 명확히 정해놓지 않은 채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주무 관청에 허가권을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주무 관청마다 허가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이 문제다. 본지가 장학재단을 관리하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7곳은 채권 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었지만 다른 10개 시·도는 채권 투자를 허용하지 않거나 아예 기준 자체가 없었다.

또 시·도에선 허용하고 있는 채권 투자를 일선의 담당 공무원이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조성한 중앙대 교수(행정학)는 "공무원들은 혹시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 문책(問責) 등 귀찮은 문제가 생길까 봐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A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