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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옥시 전 연구소장 김모씨로부터 옥시의 영국 본사(本社)인 레킷벤키저가 흡입 독성 실험에 대해 "독성(毒性) 분야는 우리가 전문가니 관여하지 마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보였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레킷벤키저는 옥시를 인수하기 위해 MOU를 체결한 뒤 2001년 2월 실사단을 보냈다. 당시 옥시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 PHMG를 넣은 가습기 살균제와 자동차용 훈연기(燻煙器·연기를 피워 벌레 등을 잡는 기구) 등 2가지 제품을 개발 중이었다. 두 제품 모두 흡입 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옥시 측은 미국의 P 연구소 등 2곳에 가능 여부를 물었고, P사로부터 "500만원가량이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옥시는 두 제품 중 자동차 훈연기에 대해서만 흡입 독성 실험을 했다. 그 이유와 관련해 김 전 소장은 검찰에서 "훈연기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는 레킷벤키저가 의사 결정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레킷벤키저는 2001년 옥시를 인수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사업부만 인수하고 훈연기 등 자동차용품 부문은 인수하지 않았다. 김 소장 말이 사실이라면 영국 본사가 독성 실험 누락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개발·제조(2000년 10월~2001년 4월) ▲판매(2001년 4월~2011년) ▲살균제 유해성이 드러난 이후의 증거인멸(2011년 이후)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검찰은 옥시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 모두 판매·증거인멸에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수사의 핵심인 제조 과정의 과실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옥시의 상품 개발자들은 물론 영국 본사의 개입 여부를 명확히 규명해야 수사가 완결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당시 영국 본사 관계자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검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줄 핵심 자료들도 영국 본사가 갖고 있거나 살균제 개발 이후 15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르면서 이미 사라졌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