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이렇게 전문적이고 좋은 전시 공간이 없어져 유감입니다."

중국 작가 류웨이(44·사진)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는 삼성생명 건물 매각 탓에 오는 8월 문을 닫기로 한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마지막 전시 작가다. 1999년 '로댕갤러리'로 출발, 플라토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꾼 이 미술관이 중국 작가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다. "마지막인 걸 알았으면 중국 작가보단 한국 작가를 염두에 뒀겠지요." 예기치 못한 고별전임을 미술관 관계자가 귀띔한다.

류웨이는 중국 미술계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작가다. 장샤오강, 웨민쥔, 팡리쥔, 쩡판즈 등 예술을 사회 개혁 수단으로 여겼으면서도 쉽게 상업주의에 편입한 중국의 '냉소적 사실주의 작가' 세대에 반기를 들고, 도시화 등 좀 더 보편적인 인류 문제에 접근한다.

'활자 문화의 종언(終焉)'을 고하듯 수만권의 책을 엮고 잘라서 만든 조각 '룩! 북', 베이징의 재개발 현장에서 버려진 건축 자재로 '개발 시대의 기념비'처럼 만든 설치 작업 '하찮은 실수', 벌거벗은 인체의 엉덩이를 모아 산수(山水)화처럼 연출한 '풍경처럼' 등 문명 비판적인 묵직한 작업들이 전시장을 메운다.

전시가 끝난 뒤 8월 말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은 철거된다. 미술관 문까지 해체해야 하는 대규모 철거 작업이다. 뉴욕 대형설계사무소 KPF가 로댕 작품을 위해 맞춤형으로 설계한 미술관이 이 작품을 위해 문짝을 뜯어내야 한다니, 예술도 참 덧없다. 8월 14일까지. 기고자 : 김미리
본문자수 : 75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