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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야당 내부 권력 문제에서 친노(親盧)·친문(親文·문재인) 세력은 거리를 둬왔다. 선거에서 거둔 기대 이상 성과에 우쭐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가 다가오면서 일부에서 비노(非盧)를 향해 "정치적 패륜"이라고 하는 등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종인 체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3일 당무위·당선자 연석회의에서 친문 인사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더민주가 예상을 깨고 1당이 됐지만 친문 인사들은 선거 당일부터 표정이 밝지 않았다. 호남 참패에 대한 문 전 대표 책임론과 함께 호남 패배 시 '정계 은퇴' 발언이 문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친문 인사들 사이에선 "중원(中原)에서 대승(大勝)을 거뒀지만 뒤돌아보니 몇 십 년 지켜온 성(城·호남)이 허물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범(汎) 친문·친노는 더민주 당선자 123명 중 70여명을 확보하며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했다. 이런 기세 때문에 총선 직후 김종인 대표에 대한 '비토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 문 전 대표와 김 대표의 만찬 회동으로 두 사람의 갈등이 노출된 이후, 문 전 대표는 김 대표 문제에 일절 침묵하고 있다.

친노·친문은 당대표 경선에 대한 의견도 밝히지 않고 있다. '친문' 홍영표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의중으로 곡해될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은 우상호·우원식 의원 등 범주류(汎主流) 인사를 원내대표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일 '김종인 체제' 연장 여부를 결정할 당무위와 당선자 회의에서는 그동안 '저공비행'해왔던 친노·친문 당선자들이 공개적으로 태도를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관계자는 "친노·친문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2일 트위터에 "내년 경제도 좋아질 것 같지 않고 남북 관계도 더 나빠지고 나라가 총체적 난국이 될 것 같으니 국론 분열시키는 대선을 연기하자고 하면 돌 맞겠죠? 원칙은 어디서든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을 이유로 전당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김 대표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손혜원(서울 마포을) 당선자는 "김 대표가 문 전 대표나 소위 친노라는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말살했고, 이 사람들(친노)이 김 대표에게 너무 화가 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경선 나와서 되기가 어렵다"고 했다. 손 당선자는 "김 대표는 아무와도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며 "종편만 보시는 것 같다. 노인은 (생각을) 안 바꾼다"고도 했다.

'친노 재평가'와 관련한 주장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선거 승리에 이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가 계기 가 되고 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최재성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정권 뺏기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 검찰 소환 등으로 여론몰이를 당하고 정신이 없었을 때 당 소속 어떤 의원은 노 대통령 구속 운운하면서 비겁을 넘어선 정치적 패륜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노 대통령님을 욕보였던 사람들이 지금 비노(非盧) 프레임으로 사는 걸 보니 스스로 (그런 습성을)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배우 문성근씨도 총선 당일 "2번 찍어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시겠습니까? 3번 찍어 박근혜 정권을 도와주시겠습니까?"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을 부르는 등 활동이 활발하다. 문씨는 총선 뒤에는 공개 석상에서 "총선 이후 누가 지도부가 되느냐에 네트워크 정당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했다.

노무현재단·옛 노사모도 움직임

지난 1일 노 전 대통령 사저가 공개된 이후 노무현재단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재단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사랑채의 낙서는 손녀가 아닌 손자가 한 것이며, 부엌의 낙서는 손녀의 낙서이니 관련 보도를 정정해달라"고 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재단은 서울 등 전국에서 전시회, 토크 콘서트, 남산 걷기 대회 등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옛 노사모 회원 등을 중심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시작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