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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는 재미교포 무기 중개상인 고(故) 조풍언씨(2014년 사망)를 옥바라지한 대가로 75억원을 받은 대우정보시스템의 전 직원 이모(47)씨가 '국세청이 부과한 소득세 29억9000만원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씨에게 패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조풍언씨는 1973년 무역회사를 세워 미국 군수업체에 무기를 납품하면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회사를 팔고 미국으로 이민 갔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산 사실이 알려져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씨는 조씨가 최대주주였던 대우정보시스템의 구매팀장이었다. 그는 조씨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구명(救命)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던 2008년 3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조씨 옥바라지를 했다. 주로 조씨의 말을 변호인과 가족에게 전달하고, 그에게 영치금을 넣어주는 일이었다.

조씨는 이듬해 1월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에도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검찰의 출국 금지가 풀리지 않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조씨 곁을 이씨가 지켰다. 조씨는 그해 6월 본인 소유의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15만주를 이씨에게 넘기겠다는 합의서를 썼다.

합의서를 쓴 뒤 3년이 지나도 조씨가 약속한 주식을 주지 않자 이씨는 조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조씨는 "석방 후 극심한 우울·불면증을 앓았고 이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며 "이 상황에서 작성된 합의서는 무효"라고 맞섰다. 그러나 1심은 조씨에게 "약속한 주식을 넘겨주라"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주식 대신 75억원을 준다'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씨는 이 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그러자 국세청은 이씨가 받은 75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했다. 이씨는 "이 돈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것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금액의 80%는 비과세 처리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이 2일 이씨 패소로 판결한 사건은 바로 이 소송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한 일(옥바라지)은 전문성을 갖춘 용역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