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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에 "우리 아버지는 지법원장"
로스쿨 자소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을 적은 24명 가운데 '부모, 친·인척 신상을 적지 마라'는 대학 입시 요강을 무시하고 직업을 적은 학생이 8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 명은 '아버지가 ○○시 시장(市長)이었다'며 매우 구체적으로 부모 직업을 명시했다. 입시 요강에 '부모 직업을 적지 마라'는 조항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지법원장' '아버지가 공단 이사장' 등 신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학생도 4명 있었다. '할아버지가 전직 대법관'이라고 쓴 자소서도 있었다.
자소서에 부모 등의 직업을 적은 24명은 검사장·판사·변호사 자녀 등 법조인 가족이 16명이었고, 공무원 자녀 4명, 전직 기초자치단체장·공단 이사장·로스쿨 원장·시의회 의원 자녀가 각 1명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해당 학생들에 대해 입학 취소 처분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대학들이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영어 성적, 학부 성적, 면접 등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해 합격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부모 직업 덕택에 합격했다'는 인과관계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해당 로스쿨은 교육부로부터 무더기 주의·경고 조치 등을 받았다.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하고도 이를 위반한 지원자를 합격시킨 경북·부산·인하·제주·충남·한양대 등에는 기관 경고와 관계자 문책 조치가 내려졌다. 지원자가 자소서에 부모, 친·인척 신상을 밝혔음에도 입시 요강에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경희·고려·동아·서울·연세·원광·이화여대 등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와 법전원장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반쪽짜리 조사'에 그친 교육부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교육부 조사가 자기소개서 조사에 국한돼 너무 축소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연말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불거지고 신기남 의원의 '아들 로스쿨 구제 청탁' 의혹이 제기되자 전국 25개 로스쿨에 조사관을 파견해 지난해 12월부터 실태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마다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30여건까지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암시한 자기소개서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자기소개서의 '성장 배경' 항목에 '판사이신 아버지를 보며…' '법조인 집안에서 자라나…'같이 부모 신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례들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이러한 수준의 언급은 문제 사례로 넣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버지 직업을 '○○시장'이라거나 '아버지가 ○○부처 근무'식으로 직위 또는 직장 이름을 드러낸 경우는 문제 삼았지만, '판사 아버지' '검사 아버지' '법조인 집안' 같은 광범위한 언급은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사가 학생 자기소개서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 개인적인 입시 청탁 등 음성적인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 로스쿨 입학 청탁 실태를 폭로한 바 있는 경북대 신평 교수는 "구두 청탁이나 전화 등 다른 형태의 입시 부정에 대해 잡아내지 못해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이나 직업·직위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기재 시 불합격 처리하는 내용의 개선 방안을 8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로스쿨에 정성 평가 요소를 제한하고,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와 대학 학점, 공인 영어 성적 등 정량 평가 비중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래픽] 부모·친인척 신상 드러낸 로스쿨 합격자 자기소개서 기고자 : 박세미 박승혁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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