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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로 전향한 지 6년 2개월. LPGA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딸이 전화를 걸어왔다. 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엄마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딸은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렇게 끊긴 전화는 2시간이 지난 뒤 다시 연결됐다. 딸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나 해냈어. 우승했어." 프로 전향 이후 132번째 LPGA대회, 그 이전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한 숫자까지 합해 135번째 LPGA 대회에서 거둔 우승이었다.

2일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텍사스 슛아웃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신지은(24·한화)과 어머니 강현옥(53)씨 이야기다. 3라운드까지 저리나 필러(미국)에게 4타 뒤진 공동 4위였던 신지은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했다. 필러는 5개의 보기(버디 2개)를 범하며 양희영·허미정과 함께 공동 2위(12언더파)로 내려앉았다. 최나연·지은희·김세영이 공동 7위(7언더파)였고 이미림이 공동 10위(6언더파), 전인지는 공동 13위(5언더파)였다. 신지은은 "우승의 신(神)이 이제야 찾아왔다"며 감격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신지은은 엄마에게 뜬금없이 "나 이제 골프 재밌게 할 거야"라고 말했다. 늘 딸과 함께하는 엄마는 그 말에서 설움을 느꼈다. 딸은 '만년 우승 후보'라고 불렸다.

신지은은 2011년부터 이 대회 전까지 20차례나 톱10에 들었지만, 우승은 늘 남의 일이었다. 2012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는 한 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18번 홀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져 연장 끝에 우승컵을 놓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무남독녀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신지은은 '긍정 소녀'였다. 주위에서 "이제 우승 한번 해야지"라고 할 때마다 스트레스는 받았지만, 골프를 그만둘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하는 가족에게 "내 골프 실력은 충분해. 괜찮아요. 나 골프 오래할 거잖아"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체력 부족이 문제라고 생각한 그는 지난 1년간 매일 5㎞씩 달리고, 일주일에 3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몸무게는 5㎏ 줄었고 근력은 더 강해졌다. 어머니 강씨는 "남자 친구도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하고 골프만 생각했던 딸이 최근에는 여유를 찾고 쇼핑에도 재미를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신지은은 여덟 살 때 할아버지가 운영했던 스포츠센터에서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다. 지금도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집 앞 골프장에서 9홀을 돌고 출근할 정도로 '골프광'인 아버지 신창학(61)씨가 딸을 프로의 길로 이끌었다. 어머니 강씨는 "박세리 선수가 L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신문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 딸도 저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가족은 딸이 골프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친척들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결정했다. 딸은 "매일 골프장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신지은은 13세 때 US 주니어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천재 소녀'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영주권을 얻었지만, 신지은의 국적은 한국이다. '지은'이라는 이름이 발음하기 어렵다고 해 LPGA 투어에서는 제니(Jenny)라는 이름을 쓰지만 여권·통장 등 공식 문서에서는 여전히 '신지은'이다. 신지은은 국적을 바꿀 생각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빼곤 갈비찜·김치찌개 등 한식을 먹어야 하고, 시즌 후 한국에 놀러 가는 걸 제일 좋아한다.

신지은은 잠들기 전 트위터에 영어와 한글로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모든 팬분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고자 : 석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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