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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경주 방폐장 건설·관리 책임자가 1단계 동굴 처분 시설 완공에 맞춰 설명회를 열었다. 경주 방폐장은 원전에서 쓴 공구·작업복 같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책임자는 '세계적 수준 첨단 시설'이라고 자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담당 국장이 둘러보고 "고준위 폐연료봉을 처리해도 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그랬던 경주 방폐장 배수 펌프가 지하수에 부식돼 물이 새는 바람에 작년 9월 교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4년 서울대 교수들이 '방폐장을 서울대 부지 지하에 유치하자'고 했던 적이 있다. 답답해서 나온 얘기였겠지만 방사성폐기물이 그만큼 안전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거론되던 방폐장은 고준위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처분하는 시설이다. 그즈음 들었던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안전실장의 설명이 기억난다. 중·저준위 폐기물의 방사선량은 고준위 사용후핵연료의 50억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했다.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만 처분하는 시설이다. 1단계 지하 동굴 시설을 짓는 데 6660억원이나 들었다. 지역 주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며 지하 동굴에 묻기로 결정했다. 땅속 130m를 파고 들어가 10만 드럼을 저장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12만5000드럼을 담을 2단계 처분 시설은 2012년부터 지상에 짓고 있다. 2019년 완공 예정으로 2588억원이 든다. 저장량은 동굴 처분 시설보다 많은데 드는 돈은 절반도 안 된다.

▶경주 방폐장 동굴 시설에선 하루 1700t씩 지하수가 나온다. 고장 났다는 배수 펌프는 그걸 바깥으로 빼내는 장비다. 땅속 깊이 시설을 만들려면 지하 수맥을 잘라야 한다. 자칫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하 동굴 시설을 지을 때부터 돈만 더 들지 지하수 오염 때문에 안전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40년을 견딜 거라 했던 펌프가 1년 5개월 만에 녹슬어 고장 나 버린 건 황당한 일이다. 사서 위험을 자초한 꼴이다.

▶사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지상에 보관해 놓고 눈으로 관찰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죽을 각오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를 쫓아다니며 설명했더라면 지상 시설을 짓게끔 설득했을 수 있다. 그편이 수천억원 절약하면서 안전성 역시 높이는 선택이었다. IAEA 국장이 경주 방폐장을 돌아보면서 듣기 좋으라고 '훌륭하다' 했는지 몰라도 속으론 '엉뚱한 데 큰돈 썼다'고 비웃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고자 : 한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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