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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장관이던 2011년 말부터 2013년 초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골든타임(최적기)'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점을 놓친 게 뼈아픕니다. 당시 조선업이 반짝 호황을 누리면서 이익을 내다보니 정책 결정자 모두가 근시안적으로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홍석우(63)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이 16년이나 산업은행 자(子)회사로 관리되며 부실이 심화된 것에 대해 '왜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서지 않았을까' 반성한다"고 말했다.

늘 웃는 얼굴인 홍 전 장관은 대우조선 매각 시기를 놓친 점을 회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인터뷰 내내 당당하던 말투도 회한과 자책으로 잦아들었다. 그는 행시(23회) 출신으로 30여년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2011년 11월~2013년 3월까지 장관을 지낸 뒤 현재 김앤장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장관 퇴임 이후 줄곧 언론 인터뷰를 고사했던 그는 "후배 관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남의 일인 양 가만 있는 건 국가의 녹을 먹은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30년 넘는 공직 생활을 돌아볼 때 가장 부끄럽고 안타까운 게 바로 대우조선 구조 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산은은 당초 2008년에 대우조선을 팔려고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우여곡절 끝에 매각이 미뤄졌다. 더구나 대우조선은 2008년 9700억원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매년 최대 1조원대 영업 흑자 행진을 벌였다. 그러자 정부는 "굳이 서둘러 팔 필요가 있느냐"며 매각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조선업 경기가 악화되고 해양 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대우조선은 급격히 부실해졌다. 작년에만 2조9000억원대 영업 적자를 냈고 부채비율은 400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흑자일 때 매각하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재앙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홍 전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대우조선을 매각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못 팔았을까. 그는 "산은 총재를 포함한 모든 정책 결정자가 매각 이후 헐값 매각이나 특혜 시비에 휘말릴까 걱정했다"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장관들은 취임하는 날부터 '내가 1년은 버텨야 창피하지 않을 텐데, 과연 버틸 수 있을까'란 걱정부터 한다"며 "하루살이 목숨인 장관들로선 정권이 바뀌고 난 뒤 '헐값 매각' 논란에 휘말려 검찰에 불려 가고 국회에 끌려갈 걱정부터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장관들에게 전권을 줘야 제2, 제3의 대우조선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관 임기를 3년이든 5년이든 보장해 주고 구조 조정이나 산업 재편을 책임지고 추진하도록 전권을 줘야 이번 사태의 재발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주력 산업 부실→공적 자금 투입'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시스템 개혁을 주문했다. "미국처럼 자율적인 구조 조정이 일어나지 않는 건 우리 관료와 금융권, 기업 내부의 경직된 문화가 원인입니다.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하지 않도록 상시적 구조 조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권의 변화도 절실하다. 그는 "우리 금융권은 관료보다는 덜하지만 기업에 비하면 훨씬 관료적"이라며 "금융 산업이 발전해야 기업 부실이 심화되기 전에 자율적인 사업 재편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처리를 위해서는 관료와 정치인을 배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민간 전문가로만 구성된 구조조정위원회를 만들고 전권을 줘서 구조 조정과 매각까지 완수하게 해야 한다"며 "구조 조정 완료 시기는 6개월이든 1년이든 반드시 특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지 않으면 사태 해결이 한없이 지연돼 국민 혈세(血稅)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홍 전 장관은 대우조선 매각 이전에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조와 합의해서 임금 삭감, 인력 감축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 매각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선 중국에 팔면 '기술 유출'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중국에 팔면 기술 유출이고 미국에 팔면 기술 유출이 아니라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 논리"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나머지 대형 조선업체도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전 장관은 "경쟁력 있는 분야에 특화하도록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야 한다"며 "조선업 주도권이 과거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듯, 앞으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건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고부가 가치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기고자 : 최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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