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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 대회 준비를 위한 무리수가 잇따르면서 북한 안팎에선 벌써 거센 역풍(逆風)이 불고 있다. 핵실험이 불러온 국제사회의 제재는 북한의 해외 돈줄을 막았다. 김정은은 '내부 쥐어짜기'로 당 대회 자금 마련에 나섰지만 주민 불만이 팽배하고 있다. 김정은의 권력 안정을 위한 당 대회가 오히려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흔드는 양상이다.
특히 '70일 전투'로 불리는 노동력 강제 동원이 주민 생활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지난달 4일 노동신문은 "평북 염주군 농장의 한 부부는 결혼식 날에도 작업을 자청했다"고 했고, 같은 달 10일에는 "강원도 회양군의 한 여성 보안원은 남편이 사망한 다음 날에도 새벽부터 과업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결혼식·장례식 때도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는 의미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17일 세계적으로 금지된 여성의 탄광 내 노동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무리한 공사 기한 때문에 지난달 '백두산 3호 발전소' 수로 공사 도중 터널 붕괴로 군인 30여명이 사망했으며, 양강도 철길 공사 때도 토사가 무너져 주민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당 대회 '충성 자금' 명목으로 가구당 북한 돈 6500~2만6000원을 할당했다고 한다. 북한 노동자 월급이 3000~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70일 전투는 2일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회 준비로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던 장마당(시장)이 위축된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북한은 노동력 동원을 위해 주민 이동을 통제했고, 무허가 상인을 단속했다. 상인에게 과도한 상납금을 물리자 시장 구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최근 방북한 중국인 사업가는 "현재 대북 제재에도 장마당 물가가 안정적인 것은 주민들 수중에 돈이 없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앞으로 치러야 할 경제적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에서도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무기 고집에 따른 외화 수입 감소는 원료·자재난→산업 가동률 저하→경제난 심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김정은은 이번에 세대교체에 중점을 둔 조직·인사 개편으로 쇄신 효과를 일시적으로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에 따른 신구(新舊) 세력 갈등과 퇴직 간부의 불만 등은 장기적으로 김정은 권력 기반을 갉아먹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최근 평양에선 기존 당 간부들을 중심으로 '40대 새 간부들이 점령군처럼 휘젓고 다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1987년 김일성이 "주민 의식주 개선 없이는 7차 당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이후 '당 대회'란 말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김정일도 당 대회를 연 적이 없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당 대회를 강행하는 목적은 최대 정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부족한 정통성을 보완하고,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김정은이 권력은 물려받았지만, 권위(따르게 하는 힘)는 물려받지 못했다"며 "김정은은 당 대회로 권위까지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김일성이 말한 당 대회 전제 조건인 '인민 생활 향상'을 이루지 못했다. 이를 대신할 성과로 '핵 강국'을 내세우기 위해 최근 핵·미사일 도발을 연달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당 대회 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에서 북한 여행 상품 가격을 절반 이하로 대폭 할인하는 등 막판까지 몸부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랴오닝성 단둥(丹東)에 있는 여러 북한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말 북한 당국으로부터 '숙박비와 교통비 등 여행 비용을 대폭 깎아주겠다'는 통보를 받고 상당수 북한 여행 업체가 할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박 4일짜리 평양 여행 상품은 7000위안(약 123만원)에서 3000위안(약 53만원)으로 가격이 뚝 내려갔다. 그러나 지린성 훈춘(琿春)의 여행사 관계자는 "대북 제재 이후 북한에 가려는 중국인이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현재는 나선 카지노 여행 상품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기고자 : 안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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