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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발표한 프라임 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은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산업 현장에서 '인력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대학 구조 개혁'이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해 대학 정원을 감축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프라임 사업'은 교내(校內) 전공·학과 정원을 조정해 취업이 잘되는 학과 정원을 늘리고 취업이 어려운 학과 정원은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이미 대졸자들 사이에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10명 중 9명이 논다)' 같은 자조가 퍼져 있는데, 프라임 사업을 통해 청년 취업난도 풀어갈 수 있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10년간 인문·사회 전공 대졸 인력은 32만8000명이 초과 공급되는 반면, 공학 전공 대졸 인력은 21만5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 4년제 인문계 전공자의 '불일치 취업'(37.8%)이 공학 계열(22.9%)보다 15%포인트나 높고, '불일치 취업자'의 임금 수준이 '일치 취업자'보다 7.2%나 적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4년제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재학생 수는 95만4237명(2015년 기준)으로 자연·공학계열 재학생 수(81만7657명)보다 14만명이나 많은 상태다.

◇취업 잘되는 학과로 구조조정 유도

산업계 인력 미스매치는 대학이 사회 변화를 이끌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학교수들이 사회와 산업계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자기 학문의 '칸막이'를 지키기에만 신경썼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교수들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있지만, 당장 자기 학과 정원이 줄거나 다른 학과에 흡수되는 것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학과·전공을 개편하자는 논의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학생들의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어떤 구조조정 논의도 거부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 지원을 당근으로 대학별 학과 구조조정을 유도한 것이다.

이번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은 대체로 ICT(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미래 자동차, 바이오, 신소재·에너지 등 '미래 유망 산업' 관련 학과들을 신설해 관련 전공자들을 대거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컨대 한동대는 ICT와 창업을 결합한 신설 학부를 만들었고, 건국대는 축산학을 바이오 산업과 결합한 학부를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대학 특성 무시한 공대 늘리기' 비판도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무리한 학과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정원이 축소되거나 다른 학과에 통합되는 학과 구성원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하지 않아 일부 대학은 진통이 심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A대 학생회관. 중간고사를 맞아 한산한 이 건물 1층 내부 벽과 계단 난간은 '본부와 총장님의 불통을 규탄합니다!' 등이 쓰인 대자보 수십장이 붙었다. 이 학교 총학생회가 '프라임 사업'에 반대하며 내붙인 것이다. 이 대학에서는 공대 정원을 늘리면서 인문계열 정원을 10% 정도 줄였다. 중문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취업이 어렵긴 하지만 중문과에 다니는 게 자랑스럽고 공부도 재밌는데, 왜 우리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냐"고 했다. 지난달 수도권의 한 사립대 학생들은 예술학부 정원을 줄이겠다고 한 학교 본부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학문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할 정부가 돈줄을 쥐고 대학을 '취업 몰입식' 기관으로 길들이고 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정부가 학과 구조조정의 방향을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데 대한 우려도 많다. 대학 개별 특성화를 무시하고 모든 대학이 공학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냐는 것이다. 특히 '프라임 사업'의 기본 자료가 고용노동부 인력 수급 전망인데, 현 대학생이 사회 중추가 되는 20~30년 후 지금 같은 산업계 수요가 유지될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각 개별 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공대 입학생을 무작정 늘려 산업 현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발상 자체가 1970년대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수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자발적인 학과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 주도 사업이 '차선책'이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상도의 한 국립대 교수는 "청년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많은 대학이 학과 구조조정을 하려고 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하지 못했다"면서 "프라임 사업이 많은 학교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 21곳 /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 수요·공급 전망 / 대학 입학 정원 대비 고교 졸업생 수 기고자 : 박세미 배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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