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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개막을 1년 9개월여 앞두고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어야 할 수장이 바뀌는 사태를 접한 조직위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직원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임에 이어 곧바로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 새 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스포츠 행정과 별 관계가 없었던 이 내정자가 조직위를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희범 내정자는 스포츠에 깊이 관여한 적이 없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유치위원장을 맡은 경력 정도가 연결점이다. 평창 유치활동 때도 자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준비 차질 없나

조직위는 6월 22일부터 서울 사무소를 없애고 모든 사무실을 평창으로 옮겨 본격적인 현장 체제에 돌입한다. 현재 조직위는 대부분 업무를 해당 부서가 재량권을 갖고 집행하는 '본격적 운영단계(Operational Stage)'이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단계라는 것이다. 당장은 동계스포츠 시즌이 끝난 데다 올림픽에 대비한 테스트이벤트도 가을 이후 열려 시기적으로 큰일이 남아 있지 않다. 5월 예정된 IOC 조정위원회도 직접 IOC 관계자가 방한하지 않고 화상통화로 진행할 정도로 신뢰도가 쌓여 있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 7월 김진선 초대 위원장 퇴임 후 조직위를 맡아 개·폐막식장 이전, 한·일 분산개최론, 국내 분산 개최론 등 굵직한 현안을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장 시설 문제 등에서 큰 고비도 넘겼다. 이희범 내정자가 조직위를 맡아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당장 곤란을 겪을 만큼 시급한 현안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회 운영과 경기 진행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중요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리더의 판단과 결단, 정치외교적 역량이 중요하다.

◇마케팅 능력에 대한 기대

조직위는 올해 말 대회 개최에 필요한 스폰서십 금액(약 8500억원)의 90%에 해당하는 76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총 스폰서십 금액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내정자는 산업부 장관과 무역협회장 등을 거치면서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인맥을 쌓았고, 대인 친화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풍부한 재계 인맥을 활용해 스폰서십 유치에 수완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경제 관료 출신답게 예산의 효율적 집행 관리를 통해 경제올림픽 달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조직위에 파견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 임직원 46명의 거취는 실무와 관계가 적은 극소수 인원을 제외하곤 당분간 조직위에 잔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들은 현재 홍보·국제·기획·인사·경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 총수가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이들이 업무에 얼마나 의욕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IOC와 관계 어떻게 될까

조양호 회장은 2009년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국제 스포츠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왔다. 조직위원장 취임 후엔 경기장 건설 등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IOC와 조정 역할도 무난하게 수행했다.

조 회장에 대한 IOC의 신뢰도 매우 높다. 김진선 초대위원장 사퇴 후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IOC는 유치 과정부터 인연을 맺은 조 회장이 위원장으로 선임되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희범 내정자는 국제는 물론, 국내 체육계에서도 낯선 인물이다. 이 내정자는 위원장으로 선임되면 오는 6월 IOC 집행위원회, 8월 리우 IOC 총회에서 평창조직위의 대표로 국제스포츠 거물급 인사들을 상대해야 한다.

한 체육계 원로는 "이 내정자가 IOC 관계자에게 처음부터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함께 올림픽에 대한 열의를 지니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