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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6일 한국을 찾는 중국의 한 고위 인사를 맞느라 연휴 기간에도 제대로 못 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말에 직접 그를 만나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CEO(최고경영자)가 총출동한다.

주인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도 아니다. 4박5일 일정으로 방한(訪韓)하는 스타이펑(石泰峰) 장쑤(江蘇)성 성장이다. 스 성장은 7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을 견학하고 최태원 회장을 만난다. 8일에는 구본무 회장과 식사를 한다. 9일 오전에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를 방문, 정몽구 회장과 면담한다. 9일 점심 식사는 정 회장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스 성장이 6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할 때 이재용 부회장이 영접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이 부회장의 불가피한 일정 때문에 권오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가 대신 맞기로 했다. 스 성장은 장쑤성 부서기, 쑤저우(蘇州)시 서기 등을 거쳐 지난 1월 장쑤성 성장으로 선임됐다.

그동안 중국에서 국가주석이나 총리 같은 중앙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찾을 때 재벌 총수들이 줄지어 만나기는 했지만 지방 성(省) 단위 수장까지 일일이 만난 것은 아니었다. 시진핑 주석이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이던 2005년 한국을 찾았을 때 구본무·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개별 면담한 경우는 있지만 시 주석은 당시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르는 위치였다. 이에 비해 스 성장은 장쑤성에서조차 일인자도 아니고, 당서기에 이은 이인자다. 중국 공산당 내 파워 엘리트그룹인 중앙위원회의 중앙위원도 아니다. 웬만한 국가의 정상도 보기 힘든 그룹 총수가 중국 지방 정부의 이인자를 만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장쑤성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쑤성은 면적이 중국 전체의 1% 남짓하지만 '경제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중국 31개 성·시·자치구에서 광둥(廣東)성에 이어 2위다. 대(對)한국 교역량도 2위이다. 장쑤성에는 4대 그룹을 포함해 우리 기업 상당수가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양쯔강을 끼고 있어 물류가 좋고 상하이가 인접해 배후 시장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쑤저우에 반도체 공장이 있고, 기아자동차는 옌청(鹽城)에서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우시(無錫)에서 가동 중이고, LG의 경우 난징(南京)에서 디스플레이·화학 두 계열사가 생산 라인을 돌리고 있다. 그 밖에 포스코·금호타이어 등 기업도 장쑤성에 생산 공장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지방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장쑤성 성장을 만날 기회를 기업인들이 놓칠 리 없다"고 말했다.

스 성장 개인 이력도 작용했다. 스 성장은 리커창 총리의 베이징대 법학과 동창이다. 시진핑 주석이 중앙서기처 서기 시절 공산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장을 겸직하고 있을 때 3년간 부교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정환우 코트라 중국사업단 박사는 "그룹 총수들이 장쑤성 성장을 줄줄이 만나는 것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중국 장쑤성 내 한국 기업 생산 공장 / 장쑤성 현황 기고자 :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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