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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실험을 한번 해보자. 10세 미만의 어린아이에게 종이 한 장과 색연필 몇 개를 주고 혼자 둔다면? 아마도 대부분 아이는 집, 나무, 하늘, 사람을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보상을 받아서도 아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공룡, 우주인, 비행기.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종이 한 장이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비슷한 상황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대기업 임원 또는 여의도 국회의원을 위해 만들어보자. 휴대폰도 보좌관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결과는 뻔하다. 화려한 색깔보다는 검정과 파란색. 무지개보다는 직사각형. 아니, 어쩌면 대부분 어른은 무엇을 할지 몰라 한동안 멍하게 벽을 쳐다볼지도 모른다.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에서 주장하지 않았던가. 어른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러시아 아동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에 따르면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문제를 놀이라는 가상현실을 통해 스스로 만들고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더 이상 가상현실에서의 놀이는 불필요하다. 이제는 학교, 직업, 연애, 가족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불변의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만약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가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졌다면? 더 이상 불변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기술과 문화적 변화가 만들어낸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라면?

10대, 20대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더 이상 평생 먹고살 수 없는 세상. 우리가 어릴 때 배운 진실이 더 이상 맞지 않는 사회. 이 세상 모든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 미래에는 우리 모두 다시 어린아이같이 인지적으로 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 기고자 :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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