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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 부활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오후 9시, 모스크바 도심의 아르바트 거리에 위치한 맥주 바(bar) 에릭 르쥐는 맥주 애호가들로 붐볐다. 지난해 문을 연 이 가게는 전 세계에서 생산된 50여종의 생맥주와 500여종의 병맥주를 판매한다. 벽면에 설치된 '오늘의 인기 맥주' 전광판에는 10위 안에 5개의 러시아 맥주가 들어가 있었다. 사비나 알렉산드로브나(여·23)씨는 "러시아 전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수제 맥주 맛을 볼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러시아는 '보드카 마시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젊은 층은 맥주나 와인 같은 술을 더 즐긴다"고 했다.

독주 애호가가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에 수제 맥주 및 와인 열풍이 불고 있다. 과음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과 젊은 층 사이에 유행하는 웰빙 문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러시아는 지난 2009년 과도한 음주를 방지하기 위해 보드카 최저 가격제를 도입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보드카 0.5L의 최저 판매 가격은 185루블(약 3500원)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러시아의 보드카 가격은 최고 65%까지 상승했다. 대신 보드카 생산량은 2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러시아 전체 술 소비량 중 보드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정도 줄어 39.3%를 기록한 반면, 맥주는 0.3%포인트 상승한 40.9%를 기록해 보드카를 처음 앞질렀다. 와인 소비량은 9.5%에서 9.9%로 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로 수입 주류 가격이 상승하자 러시아에서 생산된 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러시아의 알코올 소비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대형 주류 브랜드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반면,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한 질 좋은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모스크바에는 하루 1개꼴로 수제 맥주 바가 문을 열고 있고, 러시아 전역에 1000여개의 소규모 양조장이 성업 중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기고자 : 김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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